65세의 부활, '신용' 되찾는 동국제강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9.15 15:46
글자크기

상반기 세자릿수 이익 급증도 부족하다는 내부 판단…신용등급 'A' 되찾기 위한 도전 시작

65세의 부활, '신용' 되찾는 동국제강


올해 65돌을 맞은 동국제강 (8,170원 ▼20 -0.24%)은 아직 배가 고프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올해 이익을 지난해 대비 세자릿수 끌어올렸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때 'A'였던 우량 신용등급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판단에서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경영진은 올해 상반기 실적 도약 관련,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자체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시황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탓에 올해 이익 증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무진 사이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올해 주력제품 철근 가격 상승이 실적 도약의 핵심인데 이는 제강사들이 올해부터 철근 가격을 원재료 가격 변동에 연동하는 '제강사 판매가격' 방식으로 공급을 시작한 덕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회사 내 분위기는 상반기 실적 도약 폭을 감안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성과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41.4% 급증한 127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실적은 3년 최고 수준이었다. 올해 도약은 단순히 지난해 기저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철근 뿐만 아니라 냉연도금과 후판부문 수익성 개선도 가팔라 이 같은 실적 실현이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올해 실적 도약을 회사 65주년의 '예포'격으로 해석하기 충분한 수치다. 내부 판단이 보수적인 까닭은 목표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중장기 목표를 신용등급 'A' 회복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우량등급인 'A+'였던 회사 신용등급은 철강제품 공급과잉과 경기둔화에 따라 한 때 'BB'까지 추락했다. 9조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6조원대로 떨어졌고, 당기순손실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장세주 회장의 부재까지 겹친 가운데, 그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2015년 경영 전면에 나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포항 후판 2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포스코강판 등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회사 지분도 털어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신용등급이 반등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회사 신용등급을 'BBB-'로 상향했다. '투자적격 등급'을 되찾은 셈이었다.

현재 'BBB-'에서 목표인 'A'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당장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추가 상향 조건을 충족하기도 녹록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동국제강의 등급 상향조정 검토 요인 중 하나로 '연결기준 순차입금 의존도 30% 미만으로 완화'를 제시했었다. 머니투데이가 동국제강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회사 순차입금 의존도는 40.5%로 추산됐다. 추가 상향을 위해서는 10%p 이상을 줄여야 하는 셈이다.

동국제강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2016년 부터 3년째 40% 안팎을 오간다. 구조조정으로 2014년 49.4%였던 순차입금 의존도를 40% 수준까지 떨어뜨렸지만, 아직 그 이상은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결국 현금을 더 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이 올해 세자릿수 실적 도약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분 30%를 보유한 브라질 관계사 CSP 지원을 위해 투입될 자금까지 감안해야 한다. 동국제강은 올해부터 3년간 CSP에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인데, 당장 이번 분기에 4500만달러(약 540억원)가 투입된다. 업계에서는 회사 순차입금 감소 속도를 늦출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 전체가 얼마나 영업성과를 끌어올리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세욱 부회장이 기존과 다름없이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장세주 회장도 매일 회사로 출근해 임원진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경영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