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의 효성, '베트남·탄소섬유' 양날개 펼친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9.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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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영업이익 3년만에 1조원대 복귀 기대…탄소섬유에 1조, 베트남에 13억달러 투자로 성장동력 확보

조현준의 효성, '베트남·탄소섬유' 양날개 펼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새 성장동력 육성에 본격적으로 화력이 붙는다. 효성그룹이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미래 캐시카우를 위한 적극 투자에 나섰다.

10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주)효성은 2분기 1049억원의 영업이익과 94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80% 늘었다.



효성화학(496억원), 효성티앤에스(384억원), 효성캐피탈(102억원), 효성중공업(593억원), 효성첨단소재(471억원) 등 계열사와 관계사가 모두 안정적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 효성이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그룹 영업이익 1조원에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 상징된 탄소섬유…1조원 투자, 세계점유율 10%로 = 영업이익에 가장 예민하게 연결되는 게 투자다. 효성은 호실적을 기반으로 그간 준비한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 당장의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아니다. 효성그룹의 체질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다.



단숨에 효성의 상징이 된 탄소섬유는 소재 국산화 측면에서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효성은 현재 전주에 연 2000톤 규모 탄소섬유 설비를 가동(1000톤) 및 증설(1000톤) 중이다. 지금까지 연구와 설비투자에 총 3200억원을 쏟아부었다.

효성은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 2만4000톤으로 늘리는 대규모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총 투자규모만 1조원. 증설이 완료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시장 확대는 물론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탄소섬유는 수소저장용기 등 차세대 에너지산업은 물론 우주항공과 운송산업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초고강도섬유다.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6개 기업이 전체 생산량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일본 3사가 독점하고 있다. 도전장은 던졌지만 만만찮은 시장이다.


때마침 불어온 극일 바람은 효성엔 기회다. 적극적인 사전 투자가 빛을 본 셈이다. 마침 효성의 탄소섬유 양산이 시작됐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시제품 테스트가 올 연말이면 마무리된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전시회에도 효성의 '탄섬' 브랜드를 단 한국산 탄소섬유가 대거 출품됐다.

◇'남쪽에 효성, 북쪽에 삼성'…베트남에 대규모 투자= 또 다른 미래 축은 베트남이다. '남쪽에 효성, 북쪽에 삼성'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베트남에서 효성의 투자규모는 독보적이다.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추가 조성 중이다. 총 13억달러를 투자해 PP(폴리프로필렌), 탈수소화(DH)동정 설비 등을 짓고 있다.

내년 완공될 PP 설비가 핵심이다. PP는 13년 연속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토피렌 등 파이프수지 원료로 널리 쓰이는 소재다. 베트남 공장이 완공되면 효성의 PP 생산능력은 연 120만톤으로 기존 대비 두 배로 늘어난다. 역시 베트남에 짓고 있는 타이어코드 생산설비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리더십 불확실성 해소도 투자 계획의 앞날을 밝힌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조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단은 어렵지만 효성으로서는 2심과 최종심 결과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글로벌 경영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회장은 지난 5월부터 글로벌 컨설팅기업 AT커니와 고객, 고객의 고객은 물론 경쟁사의 의견 수렴을 위한 빅데이터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른바 VOC(Voice of Customer) 플랫폼이다.

효성은 조 회장의 1심 판결 직후 자료를 통해 내년 2월까지 플랫폼 구축을 마무리하고 전사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미 연초 신년사에서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 VOC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었다. 지난 7월에는 프랑스 파리 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고객의 의견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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