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논란으로 번진 홍콩시위…"성 제공" vs "거짓주장"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9.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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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위원 "시위대 내 위안부 있다" 주장…일부 여성 술·대마하며 시위대와 어울려
시위 시민단체 "역겨운 가짜 뉴스" 반발…친정부세력, 反시위 여론전 강화 분석도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홍콩 대학생(왼쪽)과 시위대 내 위안부 존재 의혹을 제기한 패니 로 홍콩 행정회의 위원. /사진=AFP통신·RTHK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홍콩 대학생(왼쪽)과 시위대 내 위안부 존재 의혹을 제기한 패니 로 홍콩 행정회의 위원. /사진=AFP통신·RTHK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여성들이 시위대에 자신의 '성(性)'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위 독려를 위해 순진한 여성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가 "민주화 시위를 약화시키려는 친중(親中)·친정부 세력의 역겨운 거짓 주장"이라 반발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의 성 제공 논란은 홍콩 행정회의 소속 패니 로 위원이 처음 시작했다. 로 위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 공영방송 RTHK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일부 어린 여성들이 남성 시위대를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는 14세의 미성년자도 있고 임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로 위원은 진위여부를 묻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는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내 친구의 친구"라면서 "그의 딸이 실제로 시위대와 성관계를 했다. 여성들이 시위에서 만난 남성들과 술과 대마초를 하며 어울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무 충격적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자유"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위를 주도해 온 시민단체들은 로 위원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로 위원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아니면 시위 참가 여성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진선(민진)도 즉각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시위 참여 여성이 위안부 역할을 한다는 로 위원의 주장은 '모욕'"이라며 "정부 소속 위원이 증거도 없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정부 관계자의 역겹고, 무책임한 발언", "시위대를 모욕하고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 '성'을 들고 나왔다" 등 로 위원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편,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은 지난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시위대와 정부 모두에 양보와 화해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 8일 한 공식행사에서 "홍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며 "(시위에 참여하는)젊은이들은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부도 미래의 주인공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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