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달말 북미협상 하자" 발표 직후 발사체 쏜 속내는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9.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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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전 '시험사격'과 다른 차원…의제 선긋기·대미 압박용 가능성

北 "이달말 북미협상 하자" 발표 직후 발사체 쏜 속내는


북한이 ‘이달 말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직후 발사체를 쏘자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불과 수 시간 만에 감행한 발사인 만큼 북미대화를 앞두고 미국을 향해 발신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은 걸로 추정된다.

◇北, 17일만의 발사…美 향한 메시지?=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0일 오전 오전 6시 53분과 7시 12분께 평안남도 내륙에서 동쪽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 지난달 24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한 무기 발사 후 17일만이며, 올해 들어 총 10번째 발사다.



무엇보다 이 발사가 북한에서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11시30분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로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의 협상 제안에 불응해 왔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호응은 지난 6월30일 북미정상이 판문점회담에서 ‘2~3주 내 실무회담 재개’를 합의한 뒤 2달 여 만으로, 이달 말 실무협상이 성사된다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약 7개월만이 된다.



이에따라 전격적 호응 직후 이뤄진 발사체 도발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된다. 북한이 지난달 말까지 집중 단행한 발사는 군사훈련 차원의 시험사격 및 내부결속용으로 해석 돼 왔다. 반면 최선희 담화 발표 직후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이뤄진 이날 발사는 이전과 다른 '대미 메시지'용일 가능성이 있다.

우선 북한이 미국을 향해 '안보 대 안보' 협상틀을 부각하면서 자위적 수단으로 보유한 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달 말까지 약 한 달간 집중적으로 신무기를 시험 발사하며 매번 이를 자위적 군사훈련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기간 북한이 발사한 무기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라 주장하는 신형 무기 등 약 4종류인데, 이같은 재래식 무기의 보유를 북미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설정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가 아닌 ‘핵무기’ 만을 의제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노이에서 WMD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한 미국에게 화학무기 등은 제외한 핵무기만을 협상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일 수 있다고 풀이된다.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여전히 '새계산법'요구…북미협상 재개 돼도 난항 예상 = 동시에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무력도발을 불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일 수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북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반복적으로 요구 해 온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하는 발사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협상이 재개돼도 북미간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노이 회담 당시 확인 된 북미간 근본적인 이견이 좁혀졌을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이 하노이 후 비핵화 출발점으로 '동결'을 언급하며 하노이 회담 대비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내놓은 것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동결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실상의 무기 신고가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은 지난한 협상을 예고한다.

또 미국은 동결 대상을 WMD로 밝혀 왔는데 이에 대해 북한과 이견이 불거질 수도 있다. 미국이 주장 해 온 '동시·병행적' 비핵화와 북한의 '동시·단계적' 방법 간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북미 모두 협상을 타결시켜야 하는 유인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협상국면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이어질 가능성도 적잖다. 특히 북한이 내달 초 북중간 대규모 행사 전 미국과의 만남을 먼저 추진한다는 건 북중밀착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을 의식한 완급조절일 수 있다. 그만큼 미국의 의중을 중요시 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미간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하나 현재는 양측 모두 양보할 여지가 크지 않은 걸로 보여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북미정상 모두 협상이 이어지길 바라는 만큼 협상 모멘텀은 계속 살아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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