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알리바바의 새 회장으로 취임하는 장융(張勇· 다니엘 장· 47). /사진=AFP
마윈의 뒤를 잇는 장융 회장은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알리바바는 온·오프라인 세계를 한데 모으는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향후 알리바바의 영역을 금융, 의료, 영화, 음악 등 분야로 확장시킬 수십개의 계획이 있다"고 했다.
알리바바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이 필요한 형편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소비증가세 감소와 홍콩 시위로 인한 150억달러(약 18조원) 규모 기업공개(IPO) 연기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 놓였다. 알리바바에 투자한 리드엣지캐피털의 미첼 그린 창립자는 블룸버그에 "장융은 알리바바의 수익률 성장을 위한 새로운 씨앗을 찾아야 한다. 그는 지금 그 씨앗을 많이 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2016년 한 행사에 같이 참여한 마윈(왼쪽에서 두번째)과 장융(왼쪽에서 네번째).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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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융은 마윈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들과 어울리며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연설도 하는 등 달변가인 마윈과 달리 장융은 이제껏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 직원의 부모가 그를 경비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중국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2017년 광군제 행사를 마치고 장융 최고경영자(CEO)가 1682억위안의 매출을 올렸음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
장융은 알리바바를 상징하는 '광군제(光棍節)'를 만든 장본인이다. '광군'은 솔로를 상징하는 중국어로, 1이 네개 모여있는 11월11일에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2009년 광군제가 열린 첫해 행사에서 하루 매출액은 5000만위안(약 83억73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2135억위안(약 35조75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장융은 알리바바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2014년 타오바오에 가짜 상품이 나돌아 논란이 되자 그는 진품 인증을 받은 고급 상품만 다루는 별도의 플랫폼 '티몰'을 만들어 유명 브랜드들을 끌어들였다. 그는 "당시 타오바오의 재무제표를 보니 처참했다. 수익은 제로에 손실이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자에게 누가 무엇을 사는지, 어디서 사는지, 어떤 광고가 효과적인지 등 정보를 제공해 최대한 많은 브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또 가짜 상품을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직통 전화를 제공, 보상하는 등 알리바바가 가짜 상품을 걸러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중국 항저우=뉴시스】이예슬 기자=허마셴셩, 올 초 프레시히포로 명칭을 바꾼 이 신선식품 매장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개발해 온 신유통 모델의 가장 대표적 사례다. 매장에서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 결제해 현금이 필요없다. 신선식품을 그 자리에서 고른 뒤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외식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에서 가족이 아닌 남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흔치 않다. 장융의 시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창업자 뒤를 따라가는 것은 항상 어렵다. 마윈과 같이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사람의 뒤를 잇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면서 "장융은 경쟁자들을 앞지르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도 마윈의 기억과 싸워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