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떠난 알리바바 새 회장, 장융은 누구?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9.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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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융, 광군제 기획과 티몰 론칭에 기여한 장본인…향후 사업확장 계획 밝혀

10일 알리바바의 새 회장으로 취임하는 장융(張勇· 다니엘 장· 47). /사진=AFP10일 알리바바의 새 회장으로 취임하는 장융(張勇· 다니엘 장· 47). /사진=AFP


"모든 사업에는 생존주기가 있다. 차라리 나는 우리의 새로운 사업들이 우리 기존 사업들을 죽이는 것을 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10일 알리바바의 새 회장으로 취임하는 장융(張勇· 다니엘 장· 47)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에서 진행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신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마윈의 뒤를 잇는 장융 회장은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알리바바는 온·오프라인 세계를 한데 모으는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향후 알리바바의 영역을 금융, 의료, 영화, 음악 등 분야로 확장시킬 수십개의 계획이 있다"고 했다.



장융은 알리바바의 가장 큰 과제로 해외 진출을 꼽았다. 그는 "마윈도 알리바바의 매출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알리바바는 2014년부터 싱가포르 라자다 그룹에 4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동남아 진출을 꾀했지만 수익 창출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이 필요한 형편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소비증가세 감소와 홍콩 시위로 인한 150억달러(약 18조원) 규모 기업공개(IPO) 연기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 놓였다. 알리바바에 투자한 리드엣지캐피털의 미첼 그린 창립자는 블룸버그에 "장융은 알리바바의 수익률 성장을 위한 새로운 씨앗을 찾아야 한다. 그는 지금 그 씨앗을 많이 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2016년 한 행사에 같이 참여한 마윈(왼쪽에서 두번째)과 장융(왼쪽에서 네번째). /사진=AFP2016년 한 행사에 같이 참여한 마윈(왼쪽에서 두번째)과 장융(왼쪽에서 네번째). /사진=AFP
장융은 상하이에서 태어나 회계사인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 재경대학에서 금융학을 공부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대학 졸업 이후 미국 회계사무소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상하이지점 등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수 있는지 가까이서 보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당시 중국에서 가장 큰 게임업체였던 샨다에서 최고재무잭임자(CFO)로 일하던 그를 2007년 마윈이 알리바바로 데려왔다.


장융은 마윈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들과 어울리며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연설도 하는 등 달변가인 마윈과 달리 장융은 이제껏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 본사에서 한 직원의 부모가 그를 경비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중국에서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2017년 광군제 행사를 마치고 장융 최고경영자(CEO)가 1682억위안의 매출을 올렸음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2017년 광군제 행사를 마치고 장융 최고경영자(CEO)가 1682억위안의 매출을 올렸음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
그러나 그가 알리바바에서 이뤄낸 업적은 엄청나다. 알리바바의 이사회 멤버이자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은 "장융은 말보다 결과로 말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실행력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장융은 알리바바를 상징하는 '광군제(光棍節)'를 만든 장본인이다. '광군'은 솔로를 상징하는 중국어로, 1이 네개 모여있는 11월11일에 쇼핑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2009년 광군제가 열린 첫해 행사에서 하루 매출액은 5000만위안(약 83억73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2135억위안(약 35조75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장융은 알리바바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2014년 타오바오에 가짜 상품이 나돌아 논란이 되자 그는 진품 인증을 받은 고급 상품만 다루는 별도의 플랫폼 '티몰'을 만들어 유명 브랜드들을 끌어들였다. 그는 "당시 타오바오의 재무제표를 보니 처참했다. 수익은 제로에 손실이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자에게 누가 무엇을 사는지, 어디서 사는지, 어떤 광고가 효과적인지 등 정보를 제공해 최대한 많은 브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또 가짜 상품을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직통 전화를 제공, 보상하는 등 알리바바가 가짜 상품을 걸러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중국 항저우=뉴시스】이예슬 기자=허마셴셩, 올 초 프레시히포로 명칭을 바꾼 이 신선식품 매장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개발해 온 신유통 모델의 가장 대표적 사례다. 매장에서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 결제해 현금이 필요없다. 신선식품을 그 자리에서 고른 뒤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외식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중국 항저우=뉴시스】이예슬 기자=허마셴셩, 올 초 프레시히포로 명칭을 바꾼 이 신선식품 매장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개발해 온 신유통 모델의 가장 대표적 사례다. 매장에서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 결제해 현금이 필요없다. 신선식품을 그 자리에서 고른 뒤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외식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장융이 중점을 둔 것은 이른바 '신유통'이다.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개발한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신선식품 매장 프레시히포(盒马鲜生)가 대표적이다. 오프라인에서 식재료를 확인한 소비자들이 전자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반경 3km 거리에서 30분 내 배달이 완료된다. 지난해 5월 46개였던 매장은 현재 17개 도시에서 150개까지 늘었다. 장융은 이 같은 신유통모델을 장차 식품을 넘어 다른 분야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가족이 아닌 남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흔치 않다. 장융의 시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창업자 뒤를 따라가는 것은 항상 어렵다. 마윈과 같이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사람의 뒤를 잇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면서 "장융은 경쟁자들을 앞지르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도 마윈의 기억과 싸워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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