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아버지' 허민, 넥슨 '구원투수' 등판하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9.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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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코리아, 원더홀딩스에 3500억 투자… 허민 대표 '고문'으로 합류

김정주 NXC 대표(왼쪽)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김정주 NXC 대표(왼쪽)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넥슨이 위메프 모회사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투자를 단행,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넥슨 개발조직 재편 작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허 대표가 개발 중인 대작 FPS(1인칭 총싸움)게임을 염두에 둔 행보다. '던전앤파이터'로 인연을 맺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허 대표의 재결합이 성사됐다.



◇넥슨, 허민 영입 위해 원더홀딩스 3500억 투자=넥슨은 원더홀딩스에 신주 인수 방식으로 3500억원을 투자, 지분율 11.1%를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허 대표를 넥슨의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허 대표가 최대주주인 원더홀딩스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게임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은 "이번 투자를 통해 넥슨과 원더홀딩스는 양사 성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다"며 "넥슨은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개발사인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의 게임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에 협력하고, 허 대표는 넥슨의 외부 고문으로 넥슨의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가 이번 투자와 영입 주체로 나섰으나, 김 대표가 직접 결정한 사안으로 알려졌다. 특히 넥슨이 밝힌 것처럼 허 대표가 원더피플에서 개발 중인 차기작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원더피플은 게임개발엔진 '언리얼 엔진 4' 기반 FPS 장르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개발 중이다. 차기작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처럼 여러 게이머들이 전투에 참여해 최후 생존자를 가리는 배틀로얄 방식이다. 원더피플은 차기작 개발을 위한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허 대표는 2008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한 이후 11년 만에 넥슨과 인연을 맺게 됐다. 2015년 허 대표가 창업한 위메프가 NXC로부터 투자금 1000억원을 유치했으나 사업적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허 대표가 2017년 게임업계로 복귀한 이후에도 넥슨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 넥슨 매각 불발 이후 체질 개선에 나선 김 대표가 허 대표와 사업적 공감대를 형성, 지분 투자와 영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넥슨 개편작업 참여하는 허민, 어떤 해법 내놓을까=넥슨에 합류한 허 대표는 넥슨 게임개발과 조직 개편 작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넥슨코리아 경영진으로는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론 사업적 조언을 전하는 형태다. 하지만 박지원 COO(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와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떠난 상황이어서 허 대표에게 상당한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잇단 게임개발 프로젝트 중단으로 불거진 사내 갈등이 허 대표로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 고문 직책을 맡겼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넥슨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사업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임 서비스와 개발 프로젝트를 잇따라 접었다. '프로젝트 G', '데이브', '네 개의 탑', '페리아연대기' 등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히트', 'M.O.E', '니드포스피드 엣지', '배틀라이트', '어센던트 원' 등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특히 정 부사장이 이끌던 띵소프트의 페리아연대기는 지난 8년간 총 638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게임 서비스 종료와 프로젝트 중단으로 임직원 200여명이 대기발령 상태다. 넥슨은 매년 역대 최대 부스 규모로 참여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와 인연, 차기작 개발 등 상징성을 고려하면 허 대표가 향후 넥슨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직책과 무관하게 사내외 이목이 허 대표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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