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그만" 거리나온 日 시민들…언론 자성론도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9.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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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명 시민 시부야역 광장 모여 혐한 부추기는 언론·정부 규탄…"역사 바로 보는 것이 중요"

7일 오후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열린 ‘일한연대액션 0907’ 집회. /사진=일본 레이버넷 유튜브 캡쳐7일 오후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열린 ‘일한연대액션 0907’ 집회. /사진=일본 레이버넷 유튜브 캡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왔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일본이 전쟁 전후 한국과 아시아에 끔찍한 행위를 한 것을 알았다. 내 주위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러한 문제를 직면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나는 일본인으로서 역사를 바로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7일 오후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는 일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약 300명의 시민들은 이 곳에 모여 한일 갈등을 계기로 확산하는 혐한 감정에 맞서 연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야시다 미쓰히로 피폭자국제서명캠페인 리더는 최근 일본 주간지 '주간 포스트'의 혐한 기사를 보고 이번 집회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주간포스트는 '한국 따위는 필요없다'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실었다가 국내외 비판을 받았다.

하야시다 씨는 "지하철 손잡이 광고에서 '불쾌한 이웃은 안녕, 한국은 필요없어'라는 문구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광고를 재일 교포들이 보면 무서울 것이다. 아이들도 볼 것"이라면서 "아무리 정치적 대립이 심화해도 혐오발언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자신을 재일동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지금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며 혐한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나 언론은 당장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주변에서 한국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오면 얼버무리거나 흘려보내지 말고 바로잡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전날 '혐한 자극 보도' 중단 촉구 성명을 발표한 일본신문노조연합(신문노련)의 미나미 아키라 중앙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그는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는 무거웠다"며 "우리도 시민과 연대하여 언론현장에서 흐름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문노련은 6일 '혐한 자극보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통해 "한일 대립 배경에는 과거의 잘못과 복잡한 역사적 경위가 있다"며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정보 발신에만 기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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