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한파? 기업도 투자자도 스팩 열풍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김도윤 기자 2019.09.08 12:01
글자크기

현재까지 스팩합병 완료 5개, 지난해 11개 넘어설 수도… "불확실성 높은 상황에서 스팩 안정성 부각"

IPO시장 한파? 기업도 투자자도 스팩 열풍


8월 급락 장세 이후로 IPO(기업공개)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의 인기는 여전하다. 기업들도 안정적으로 공모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직상장 등 다른 방식보다 스팩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스팩을 내놓을 때마다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이 기록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용 특수목적기계를 만드는 네온테크는 지난 6일 DB금융투자의 DB금융스팩6호 (3,165원 ▲50 +1.61%)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로 하고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자산총계 100억원 규모의 DB금융스팩6호는 지난해 10월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네온테크가 DB금융스팩6호와 합병하면 공모자금을 100억원 조달하는 셈이 된다.

같은 날 지열난방 시스템과 연료전지 시스템 등 열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지엔원에너지도 하나금융투자의 하나금융10호스팩 (2,260원 ▼10 -0.44%)과의 합병상장과 관련한 예비심사를 거래소에 청구했다. 96억원 규모의 자산총계를 가진 하나금융10호스팩과의 이번 합병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지엔원에너지는 이 스팩의 자산총계만큼의 자금을 일거에 획득해 경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지난달 20일에는 정보보안업체 소프트캠프가 케이비제11호스팩 (1,340원 ▲55 +4.28%)과의 합병상장 심사를 거래소에 청구했다. 태양광 가로등 및 조명·광학기구 제조사 아이엘사이언스와 미용성형 의료기기 제조사 한국비엔씨 등 코넥스시장 상장사들은 물론이고 2차전지 조립공정 장비 제조사 나인테크, 환기시스템 제조사 그렉스 등이 6~8월에 걸쳐 스팩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전자부품 제조사 이랜시스는 이미 IBKS제6호스팩 (6,690원 ▲270 +4.21%)과 합병승인을 받아 이전상장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은 2017년 21개사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1개사로 급감했으나 최근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스팩합병 상장을 완료한 기업은 9월 중 합병신주 상장이 예정돼 있는 예선테크를 포함해도 아직 5곳에 불과하지만 이미 합병상장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결정을 기대하고 있는 곳까지 더하면 지난해 수준을 쉽사리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팩합병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공모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대폭 줄어들어 비상장사에게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등 공모가 확정을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이 매겨질 때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과 달리 스팩합병의 경우는 비상장사가 받아가는 공모자금의 액수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단지 합병비율이 문제가 될 뿐이다. 스팩 주주들과 비상장사 주주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녹록치 않지만 상장 절차 전체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장점은 이 같은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한다는 평가다.


스팩 자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스팩이 처음 시장에 상장될 때 인기도 매우 높다. 지난달 20~21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실시한 상상인이안스팩2호는 청약경쟁률이 297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달 7~8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실시한 미래에셋대우스팩3호도 5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내 비상장사와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해야 하지만 스팩 주주들은 스팩 상장 당시 공모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지분가치에 일정 수준의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사와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는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양한 규모의 스팩이 많아지면서 비상장사들이 상장을 택할 수 있는 통로도 그만큼 다각화됐다"며 "스팩상장의 안정성은 최근처럼 증시가 불안할 때 더욱 부각되는 만큼 스팩상장은 물론이고 스팩합병 역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