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앞에 선 여학생들…미래의 연구원 꿈꾸다

머니투데이 송도(인천)=권혜민 기자, 유영호 기자, 박경담 기자 2019.09.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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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걸스데이]여학생 2000명, 전국 100개 산업기술현장 체험

6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파버나인연구소에서 열린 K걸스데이 행사에서 덕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6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파버나인연구소에서 열린 K걸스데이 행사에서 덕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여러분들도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지금은 어려워보이지만 열심히 배우면 나중에 이런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소재·의료기기 강소기업 파버나인 연구소. 조립 중인 기계 장비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배경으로 하늘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 20명이 둥글게 모여섰다.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미완성 상태의 초음파 검사 장비 앞에 선 학생들은 이제훈 파버나인 대표(59)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이 대표가 장비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기기가 자동으로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학생들은 '로봇팔'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장비에 모니터만 달면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음파 검사 장비가 완성된다는 말에 연신 "신기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서 완성된 엑스레이(X-ray) 촬영기기로 이동한 학생들은 촬영장치가 위아래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키와 체격 등 개개인 신체 특성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이는 최신 기기다. 옆에 놓인 모바일 엑스레이 제품을 가리키며 "영국에서는 사고 발생시에 환자 상태를 바로 확인하기 위해 앰뷸런스에 설치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설명에 커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파버나인을 찾은 여학생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관, 머니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2019 K-걸스데이(Girls' Day)'에 참여한 서울 덕원여고 학생들이다.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K-걸스데이를 통해 학교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의료기기들이 조립되는 현장을 가까이서 체험하며 흥분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1학년 박민영양(17)은 "평소에 의료기기를 직접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연구소까지 들어와 볼 수 있어 신기했다"며 "나중에 이공계 대학 진학 후에 이런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의료기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2학년 이하은양(18)도 "만약 의료기기 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된다면 오늘 경험을 통해 잘 이해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여학생들은 덕원여고 학생 뿐만이 아니다. 5~6일 이틀간 전국 100개 산업기술 현장에서 중‧고‧대학교 여학생 2000여명이 K-걸스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K-걸스데이는 독일의 여학생 대상 기술체험 행사 걸스데이에서 착안한 행사다. 여학생들에게 산업현장의 생생한 체험 기회를 제공해 이공계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늘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여성 연구개발(R&D) 인력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석영철 KIAT 원장은 "K-걸스데이를 시작한 2014년 이후 대학 공학 계열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이 매년 증가세"라며 "여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여성 선배와 대화하며 이공계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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