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 "조국 딸, 제1저자 믿을 사람 없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9.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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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고등학생 시절 2주간 인턴하며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 올려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과 교수(2009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가 조국 법무부 후보자 딸 조모씨(28)가 고등학생 시절 제1저자로 의학논문에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단 2주간 참여한 연구자가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3일 이 같이 밝혔다. 그는 "2009년에 논문으로 출판된 연구의 중간 결과는 2005년에 대한소아과학회 제55차 추계학술대회에서 구두발표됐다"면서 "두 논문을 보면 제목이나 내용이 동일해 2005년도 연구에서 추가 연구를 통해 2009년도 논문이 완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조모씨가 1저자로 이름을 올린 2009년 논문이 있기까지 중간 과정의 2005년 논문이 있었고, 그보다 전인 2002년 연구재료인 혈액 샘플 수집이 이뤄졌기 때문에 적어도 7년 이상의 노력이 담긴 연구라는 주장이다. 이 연구에 대한 구상이나 파일럿 연구는 2002년보다도 전에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은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린 '출산전후(주산기)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 연구다.

서 교수에 따르면 장 교수는 2005년 제55차 대한소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주산기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과 endothelial nitric oxide synthase (eNOS) 유전자다형태(Polymorphism)의 연관에 관한 연구' 논문의 초록을 발표했다. 당시 제 1저자로는 장 교수와 강모씨, 현모씨가 등재돼 있었다.

2005년과 2009년의 발표된 두 논문은 초록과 제목이 내용상 동일하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연구 목적도 '주산기 저산소성-허혈성 뇌증을 보인신생아에서 eNOS 유전자 다형태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으로 같다고 본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관련 반박 기자회견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관련 반박 기자회견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다만 연구 방법이 추가되면서 유전자 분석 결과가 일부 추가됐고 결과도 조금 달라졌다. 2005년 연구에서는 "VNTR 유전자의 다형태와 주산기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의 유의한 연관성을 규명할 수 없었고 다른 종류의 eNOS 다형태 유전자을 포함하고 보다 많은 환아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지만 2009년 연구에서는 "주산기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은 Glu298Asp의 G 대립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5년에는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4년 동안의 추가 연구를 통해 연관성을 규명해 낸 것이다.

서 교수는 "2009년 연구는 2주 동안 수행된 것이 아니라 2002년 혹은 그 이전부터 준비돼 7년 이상 지속된 연구의 결과"라면서 "7년 동안 연구자가 바뀌고 방법이 개선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단 2주일동안 참여한 연구자가 연구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7년 동안의 연구를 뒤엎을 만큼 획기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기여를 하지 않고서는 제1저자가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은 놀랍다"면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자가 신뢰를 저버렸기에 연구자와 연구 결과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서 교수의 설명은 조 후보자 측이 조씨가 논문에 합당한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고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실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대국민 기자간담회에서 "(단국대) 장 교수의 인터뷰를 보니 제 아이가 놀랍도록 (인턴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하고 우리 아이가 영어를 좀 잘 하는 편"이라며 "실험에 참석하고 연구원들의 연구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 후보자의 딸 조씨는 특목고인 한영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이공계열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고, 이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중이던 2008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하며 해당 연구소 실험에 참여하고, 같은해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대학 입학 과정에서 해당 논문을 언급하고 2010년 3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씨는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조씨는 의전원에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전형으로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 동양대 총장상 표창장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조씨가 고교 시절 단국대에 이어 2009년 공주대학교에서도 약 3주간 인턴을 한 뒤 또 다른 논문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조 후보자의 부인 정모씨와 대학 동기로, 대학 써클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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