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삼성전자의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 대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와 학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국내 업계의 잇단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를 두고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고육지책성 해법이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탈일본·국산화 두 달만의 성과 = 당초 국산화를 포함한 소재 공급처 다변화에 3~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대체 작업은 훨씬 앞당겨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4일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이후 불과 두 달 만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모든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를 투입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민감도가 낮은 1~2개 공정부터 일본산 대체에 나섰다. 반도체 공정은 500~600개가량으로 구성되는데 불화수소가 쓰이는 공정은 이 가운데 50개 안팎이다. 반도체 공정절차를 고려하면 대략 10월 말 전후로 대체 불화수소가 투입된 메모리반도체 수율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인사는 "사태가 터지가 경영진에서 곧바로 대체 작업 착수를 지시했다"며 "기업 경영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불확실성인 만큼 핵심소재 공급 문제에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정치·외교적 사안이 터지자 단기손실을 감내하기로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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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재 업체 엔지니어는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테스트해볼 라인이 없어서 그동안 눈을 감고 개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이제 국산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여러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가치사슬 구조가 변화하고 경쟁질서가 새로 재편되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난 20년 동안 묶여 왔던 중소기업들이 기술독립을 할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日 업계 동요…"추가규제 가능성 신중해야" = 삼성전자 등의 핵심소재 대체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일본 소재업계의 동요도 감지된다. 글로벌 최대 고객사인 한국업체가 돌아설 경우 상당한 매출 타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에폭시수지 물량의 60%를 생산했던 스미토모화학이 제조공장 폭발사고로 감산한 사이 삼성전자가 중국, 대만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한 사례가 있다. 당시 스미토모화학은 공장을 정상 가동한 뒤에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 업체에 매각했다.
다만 일본의 추가규제에 대한 국내 업계의 우려 역시 여전하다. '수출규제 3종 세트' 외에도 실리콘웨이퍼, 블랭크마스크, 섀도마스크, 반도체 공정장비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거나 단기간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한 업계 인사는 "국내에서 국산화 성과를 알리고 싶어도 혹시 모를 일본의 추가규제 가능성 때문에 쉬쉬하는 부분이 많다"며 "한일 국민감정까지 얽힌 사안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극도로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