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애의 '코오롱스포츠', 반백살 앞두고 힙해진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9.0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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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래코드' 탄생시킨 브랜딩 전문가…류준열·김혜자와 '함께 여행'

한경애 코오롱스포츠 총괄 전무/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한경애 코오롱스포츠 총괄 전무/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반백살을 앞둔 코오롱스포츠가 브랜딩 전문가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전무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 '힙지로'(힙·hip한 을지로)에 출격하고 류준열·김혜자와 함께 여행하며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국민 아웃도어'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올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코오롱스포츠를 총괄하는 한 전무를 최근 서울 코오롱스포츠 청담직영점에서 만났다. 한 전무는 남성복의 입지가 좁던 시절 감도 높은 편집 브랜드 '시리즈'로 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첫 업사이클링(새활용) 브랜드 '래코드'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커스텀멜로우'를 '남친(남자친구) 선물 브랜드'로 키워내고 공유를 앞세운 '에피그램'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살리기도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수장은 보통 기획·관리를 전문으로 삼은 남성이지만 한 전무는 디자이너 출신의 여성인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는다. 한 전무가 코오롱스포츠를 책임지게 된 건 변화가 절실해서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로 46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最古)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최근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경쟁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최근 3~4년 매출이 매년 5% 안팎으로 떨어졌다. 품질은 좋지만 힙(hip)하고 젊은 이미지는 없어 2030의 선택을 받지 못한 탓이다.

'엄마·아빠 옷' 이미지와 관련, 한 전무는 "아웃도어엔 에이지 타깃이 따로 없다"면서 "백화점 아웃도어 층에 브랜드를 특색 없이 다 몰아넣고 고객 연령대가 높다고만 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코오롱스포츠는 올 하반기 거리로 나간다. 거점은 청계산, 낙원상가, 을지로로 정했다. 뉴트로(새로운 복고)에 열광하는 젊은층이 북적이는 장소다. 청계산 매장에선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누구나 브랜드 가치를 체험하며 쉬어갈 수 있도록 커피숍을 조성할 계획이다. 낙원상가 매장에선 '리셀 마켓'을 열어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에서는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게 다방 콘셉트로 접근할 예정이다.

한 전무는 코오롱스포츠의 지향점을 '자연을 대하는 바른 옷'으로 삼았다. 아웃도어의 범위를 넓히면서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등산복'으로 취급되는 한계를 넘는 한편, 너도나도 라이프스타일·캐주얼로 방점을 옮기는 등 줏대 없이 시류에 편승하는 일도 지양하려는 것이다.

한 전무는 "아웃도어는 단순한 등산복도, 일상복도 아닌 '자연을 즐기는 옷'"이라며 "여행이나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비가 내려도 툭툭 털어 입을 수 있는, 그런 옷"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전 유럽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람들을 떠올렸다. 갑자기 핸드백 안에서 '한줌의 옷'을 꺼내 몸을 보호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한줌의 옷'은 몽클레르 바람막이 점퍼였다.


'자연을 대하는 바른 옷' 콘셉트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한 전무는 류준열과 김혜자에 직접 손을 내밀었다.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국내 오지를 다녀온 류준열은 직접 옷을 고르고 본인의 카메라로 풍경을 담으며 여행을 즐겼다. 김혜자는 '트러스트(trust) 코오롱스포츠'를 콘셉트로 도전기를 쓸 예정이다. 한 전무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스포츠 이동진 탐험가 화보컷/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스포츠 이동진 탐험가 화보컷/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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