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구글 등 혁신 기업일수록 더 많이 실패"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9.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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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사흘간 '실패박물관' 특별전 열려…사무엘 웨스트 설립자 "실패 경험 공론화 해야 혁신 가능해"

"애플·삼성·구글 등 혁신 기업일수록 더 많이 실패"


"혁신적인 모험을 감수하고 실패한 사람은 '패배자(Loser)'가 아닙니다. 오히려 의미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정해진 안전한 길만 택하는 경우가 지루한 패배자입니다."

사무엘 웨스트(Samuel West·사진) 실패박물관 설립자 겸 관장은 4일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스타트업 서울 2019' 실패박물관 특별전 행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혁신과 실패는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실패를 겪지 않는 혁신적인 성공은 불가능하고, 혁신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기업들일수록 더 많은 실패를 겪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부터 사흘간 전시되는 실패박물관은 조직 심리학 박사인 웨스트 관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실패 사례들만 모아 스웨덴에 2017년 설립했다. 이번 한국 특별전에서는 한국의 창업생태계에 부합하는 실패 사례 9점을 엄선해 전시한다. 이날 웨스트 관장은 서울 특별전을 맞아 직접 익숙한 소비재부터 IT 기업의 사례까지 폭넓게 설명했다.

실패박물관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웨스트 관장은 "실패는 모든 유형의 혁신이나 기업, 의료, 교육, 정부, 사회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부끄러울 수 있는 실패를 꺼내서 공론화하는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패에도 혁신적인 발전의 씨앗이 되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가 있다고 웨스트 관장은 구분했다. 애플의 첫 번째 개인 디지털 비서인 '뉴턴(Newton )이나 노키아의 게임기 겸용 휴대전화인 '엔게이지(N-Gage)'는 실패작이지만 아이폰과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의 성공을 낳은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올해 삼성전자가 출시했던 갤럭시 폴드 스마트폰도 혁신적인 실패 사례로 꼽았다. 그는 "기술적인 면에서 폴드폰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기대가 컸던 제품 중 하나였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던 제품을 서둘러 출시했던 게 실패의 이유"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좀 더 실패에 관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웨스트 관장은 "한국은 경쟁이 극도로 심화된 사회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치열한 경쟁은 사회 발전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혁신적인 사고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IT회사들도 실패에서 대해서 개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보편적인 현실"이라며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짊어지우지 말고, 분리하고 하나의 사례로 보면서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긍정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들이 실패를 겪을 때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웨스트 관장은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친다"며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도전을 제한하고, 수동적으로 움츠려드는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나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웨스트 관장은 "사람들이 실패를 덜 두려워하려면 질책받지 않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리더는 자신의 미흡한 부분이나 실수를 먼저 드러내 스스로 안전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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