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 두달...韓'급소'반도체 때린 아베의 전략 '복기'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9.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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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물밑 작업…경산성이 반도체 타깃 제안…日 "똑바로 안 하면 文정권에 안 전해져" "관광 악영향 없도록"

/사진=AFP/사진=AFP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가 단행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반도체 산업을 일부러 '타깃(목표)'으로 삼은 정황을 담은 일본 현지 보도가 나왔다. 당시 규제 반향으로 일본 내 관광산업 등 일본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음도 우려됐다. 실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줄고 있으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3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규제강화는) 일본 정부가 징용공(식민시절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에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한국 측은 이에 과잉 반응했다"며 "양국 대립은 역사 인식이나 통상 분야를 넘어서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1일 반도체와 TV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3품목의 한국으로의 수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발표, 사흘 뒤인 4일 전격 시행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같은 조치가 이미 지난 5월 최종 결정됐다고 보도했으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그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들이 지배적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6월28~29일 오사카 개최)까지 만족하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한일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사실상 대항조치는 지난 10월 말,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확정지으면서 검토됐다.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씨 등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각 1억원씩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11월에는 미씨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해당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 판결도 나왔다.

마이니치는 "외무성 간부는 '대항조치'에 대해 '한국을 움직이기 위한 알람(경고음)'이라고 표현한다"며 "알람의 검토는 올해 초 물밑에서 시작됐는데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일본 기업 대신 배상을 지불하는 등의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의연한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의 검토"를 지시, 재무성 출신 후루야 카즈유키(古谷一之) 일본 관방부장관보를 필두로 외무·경제산업·농림수산성 등 각 성 간부들이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대책을 검토하되 일본 정부는 배상판결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등 외교적 해결 방안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중재위 설치를 한국 측이 거부하자 대항조치 발동 검토를 본격화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자체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중재위 구성 요건 자체가 발동치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화가 난 상태였으며 총리 등도 "한국 측은 문제 심각함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대응책 공표의 기한을 G20 정상 회의 이후로 할 것을 확인했다.

대항조치로서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것은 일본의 경제산업성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는 "후루야 부장관보 하에서 '메시지가 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며 "경제산업성은 한국 주요 산업인 반도체로 목적을 정하도록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또 "'갑자기 반도체는 적당하지 않다(まずい·좋지않다)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한 경제각료는 '똑바로 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아베 총리에 진언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지 약 8개월, G20 정상회의 약 일주일 전인 지난 6월20일, 총리 집무실에서 후루야 부장관보 및 주요 사무차관들이 막바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6월 막바지 대항 조치 점검 당시 아베 총리는 관계 부처 간부들에게 "신념을 굽히지 말고 출구를 찾으면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는 스가 장관도 참석해 '인바운드(방일 외국인)'나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해달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장관이 우려했던 것처럼 일본으로 유입되는 한국 관광객 수는 줄고 있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6만1700명으로 1년전 대비 7.6% 감소했다. 8월 통계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체 방일 관광객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났다.

한편 마이니치는 "한일 양국 정상 회담 없이 끝난 G20 폐막 5일 후에 '알람'이 울렸다"며 "그러나 한국 측의 대응(目覚め)은 일본의 상정(예상)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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