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사진=로이터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여년만에 '통일세'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한 말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에 독일 정부가 서서히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 정부는 그간 엄격한 균형재정 원칙을 유지하며 경기부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독일은 1차세계대전 이후 경험한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 재정적자 증가율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20억유로(약 16조원) 정도다. 독일 정부가 재정지출을 이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하원에 '위기 선언'을 해야만 가능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나틱시스의 유럽경제담당책임자 더크 슈마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만약 (독일)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더 돈을 써야할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면서 "이는 단지 독일 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다. 모두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이번 통일세 폐지 발표는 유럽 최대의 경제가 둔화되고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지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신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독일 정부 역시 통일세 폐지를 시작으로 경기부양책을 더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19일 숄츠 재무장관은 500억유로(약 67조원) 규모의 재정지출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당시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던 것과 비슷한 소비 진작 대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독일 정부의 경기부양이 시장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아직 경기 부양 규모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보다 더 강력한 균형재정주의자인 옌스 바이트만 연방은행 총재 역시 지난 24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기 부양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