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1000억원 이상 현장, 73%가 외국인 채용
내년 봄 입주를 앞두고 마감공사가 한창인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매일 오전 7시 가벼운 체조와 함께 시작되는 일과 시간에 맞춰 현장에선 근로자들을 위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현장의 안전지침을 함께 알리는 안내 방송은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베트남어로도 진행된다.
4000가구가 넘는 이 현장의 하루 평균 근로자는 최고 1800여명. 이 가운데 40%가 넘는 약 800명이 중국인과 베트남인 등 외국인이다. 주요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 상당수는 한국인이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는 일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행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근로자공제회 데이터베이스(DB)를 근거로 추정한 결과 2018년 말 기준 국내 건설현장의 총 근로자 수는 191만4006명(보정계수(1.31배) 적용)이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는 21만2335명으로, 전체의 11.1%다. 통계상으론 건설현장의 근로자 10명 중 외국인 비중은 1명 수준이다.
이후 조적·방수·미장·타일 등의 공정인 습식공사에선 근로자의 35%가 외국인이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내 인테리어를 비롯해 도장·도배·거실 등의 마감 공정인 건식공사에는 전체 근로자 중 외국인이 25%다.
윤진일 대한건설협회 회원고충처리센터 외국인력고용지원부장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식공사의 경우 국내 인력의 참여가 높은 데 비해 상대적으로 힘쓰는 일이 많은 초기 골조공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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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500억~1000억원 미만 67.1% △100억~500억원 미만 44.4% △50억~100억원 미만 34.4% △10억~50억원 미만 24.1% △10억원 미만 16.8%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 값싸고 효율적인 노동력 확보… 힘쓰는 일은 그들의 '몫'
갈수록 심화되는 내국인들의 건설공사 참여 기피가 결국 외국인들의 고용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기엔 이들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서도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노동력 확보라는 목적도 한 몫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비자는 비전문 취업비자로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을 비롯해 16개국에 발급하는 ‘E9’과 외국 국적 동포의 방문비자로 중국인(조선족 포함)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등의 고려인들이 대상인 ‘H2’ 등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주로 토목공사 현장에 많은 E9비자의 경우 ‘보통인부’(속칭 ‘잡부’)를 기준으로 초기 최저임금(2019년 기준 시간당 8350원)을 받는다. 이는 내국인 근로자가 받는 하루 임금(8시간 기준 12만5427원)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이후 현장 근로 참여 기간과 숙련도에 따라 내국인 대비 80~90%까지 받기도 한다.
최근 들어선 작업 집중도도 높아 외국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투입되는 직종은 거푸집 작업(형틀목공)이나 철근 조립(철근공), 콘크리트 타설(콘크리트공) 등 대체로 일이 힘든 분야다.
철근공도 마찬가지여서 내국인 참여율은 3.2%인데 비해 외국인은 10.8%로, 역시 2.8배가량 비중이 높다. 이에 비해 숙련도가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작업 강도가 낮은 용접공과 배관공의 경우 내국인 비중이 외국인에 비해 8.3배와 2.5배가량 많다.
박세진 현대건설 부장은 “정교하고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은 주로 내국인 기능인력들이 담당하고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들은 대체로 힘쓰는 일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