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토쇼에도 나가요"…美 시장서 인정한 韓 보안벤처

머니투데이 대담=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김주현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9.09.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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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데이터 보안은 기술력은 물론 노하우가 필요한 전문 분야입니다. 글로벌 데이터 보안 시장에서 ‘톱3’에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파수닷컴 (6,310원 ▼200 -3.07%)은 해외 시장에서 인정하는 토종 보안 전문기업이다. 19년째 데이터 보안 사업에만 매달렸다. 한 우물만 판 덕분일까. 기술력이나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DRM(디지털권한관리)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곳도 이 회사다. 문서나 디지털 음원 업계가 불법 복제를 막는데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지금은 콘텐츠 보안부터 비정형·다크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비식별화,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보안 컨설팅 등 데이터 보안 전 영역을 아우르는 데이터 보안 회사로 발돋움했다.

조규곤 대표(60)의 꿈은 파수닷컴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일이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법인(Fasoo USA)을 세운 이래 7년째 묵묵히 문을 두드려왔다. 주변에선 “무모한 투자”라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에 대한 그의 믿음은 적중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회사 2곳과 잇따라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기술문서 등 지적 재산권이 중요해지면서다. 내년엔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미국 유수 금융기관과 통신사의 보안 프로젝트도 줄줄이 수주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기술력 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조 대표는 “내년쯤 해외 사업이 흑자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신했다. 최근 빅데이터·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데이터 보안 시장은 보안 솔루션 시장에서 가장 성장률이 빠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보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0.3% 수준인데 비해 데이터 보안 성장률은 16%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쟁사이자 현지기업인 바로니스가 적자 회사인데도 증시에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26일 서울 상암동 파수닷컴 본사에서 조 대표를 만나 시장과 사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데이터 보안의 의미와 시장 전망은.

▶보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를 지키는 일이다. 최근 보안 사고를 지켜보면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보다는 데이터 유출사고가 더 많다. 하지만 데이터 보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네트워크나 시스템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데이터가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 다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복사본이 나오기 때문에 지켜야 할 대상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전체 데이터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파일을 가장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몇 개의 복사본이 존재하는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팀원 4명이 한 문서를 공유할 때 한 명만 문서를 복사해 옮겨도 보안은 뚫린다. 이런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게 데이터 보안의 핵심이다. 파수닷컴은 19년째 데이터보안에 주력하면서그 방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최근 이미지나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업이 만들어낸 정보 가운데 그림이나 영상, 이메일 등 비정형 데이터가 80%를 차지한다. 비중도 많지만 가치 있는 정보도 정형 데이터보다 훨씬 많다. 이들 데이터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현안이 되고 있다. 가령, 기업이 생산한 데이터 가운데 52% 정도는 당사자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다크’(Dark) 데이터’다. 33%는 불필요한 데이터이고, 15% 정도만 비즈니스에 필요한 중요한 데이터다. 제대로 된 데이터 관리를 통해 다크 데이터는 없애고, 중요한 데이터만 찾아내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안의 기본은 ‘지켜야 하는’ 문서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해외 사업 성과를 말해달라. MS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파수닷컴만의 강점이 있다면.


▶가장 최근엔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 데이터 보안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올 들어 자동차 부품업체와의 수주만 두 번째다. 전기·자율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자동차 부품이 변화하고 시장이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기술 보호 중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내년엔 파수닷컴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할 생각이다. 그동안 해외 보안 전문 컨퍼런스만 참석했는데 큰 변화다. 글로벌 금융사와 통신사와도 계약했다. 항공 관련 제조업체와도 계약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해외 시장은 투자대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확실히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시장에서 부딪히는 경쟁사들은 데이터 보안의 특정 솔루션 전문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우리는 통합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바로니스도 데이터 식별과 분류하는 영역까지만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후 프로세스까지 솔루션을 갖추려는 기업은 다 파수닷컴으로 온다. 어쩌면 MS가 가장 큰 경쟁사다. 큰 프로젝트에서 자주 부딪힌다. 기술력으로는 MS보다 우위다. 인지도에서 밀리는 것 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국내 데이터 보안 시장도 열리지 않겠나.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의지는 보였지만 아직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유통, 통신, 금융사 일부에서 개인정보 비식별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다행일 정도다. 빅데이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기 위해선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빅데이터 사업 역시 법안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시범 사업에만 머물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다. 우선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나가는 게 현명하다.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

-5G 시대에 새롭게 나타날 주요 보안 위협이 있다면. 또 기업 보안 강화를 위해 지켜야할 것은.


▶보안에는 끝이 없다. 보안을 위해 솔루션 하나를 도입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반복돼야 한다. 예컨대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면 리스크는 100에서 50으로 줄어든다. 나머지 50만큼의 위협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인식들이 부족하다. 5G 시대에는 IoT(사물인터넷) 디바이스들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IoT는 데이터를 생산한다. 단순 데이터일지라도 모이면 골치가 아파진다. 5G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데이터는 관리가 힘들어진다. IoT 소프트웨어 보안부터 강화해야 한다.

-자회사 스패로우의 IPO(기업공개)는 언제쯤.


▶스패로우는 2021년 상장이 목표다. 최근 몇년간 30% 성장률을 이어왔다. 내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IPO는 문제가 없다. 변수는 해외 투자사들이 스패로우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닌 나스닥 상장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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