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세]모텔에서 레저까지… '숙박의 진화'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8.31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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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숙박 앱 '야놀자·여기어때', 모텔에서 시작해 종합 숙박 O2O, 레저 플랫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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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사진=Pixabay.모텔. /사진=Pixabay.


"저… 빈방 있나요?"

이름 모를 섬에 놀러온 젊은 남녀. 눈앞에서 마지막 배를 놓치고 서성이다 허름한 모텔에 들어간다. 이럴 땐 꼭 남은 방이 하나다. 남녀는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에서 묶게 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셀 수 없이 반복된 레퍼토리다. 멜로, 코믹, 스릴러 등 온갖 장르에서 활용됐다. 남녀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나오자마자 막차, 모텔, 선긋기 등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 그런데 언제부턴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을 보기 어려워졌다. 숙박업소에 들어가 빈방 있냐고 묻는 게 어색해졌기 때문이다.



'모텔' 시작점으로 숙박 O2O 시대 연 야놀자·여기어때
'야놀자'(왼쪽)와 '여기어때' 앱 메인화면.'야놀자'(왼쪽)와 '여기어때' 앱 메인화면.
앱으로 숙박 예약하는 시대다. 앱마켓에 들어가 '숙박'을 검색하면 수많은 앱이 쏟아진다. 최상단에 자리잡은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나란히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국내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결) 맞수로 성장한 두 앱의 시작점은 모텔이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야놀자의 성공 스토리는 숙박업소 종사자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2005년 모텔 커뮤니티 인수를 시작으로 숙박 O2O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온라인에서 모텔 정보를 공유하는 데 집중하다가 모텔 운영 컨설팅, 위탁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야놀자는 2010년대 초반 모바일 전환기를 맞아 대중적인 서비스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1년 6월 야놀자닷컴 정보와 연동한 앱을 출시했다.

후발주자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모텔을 시작으로 숙박 O2O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어때 앱 출시 시점은 야놀자보다 3년 늦었지만, 수수료와 광고비 무료 정책을 앞세워 야놀자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방송인 신동엽을 홍보모델로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집행한 것 역시 '신의 한수'였다.

정보 '불확실성' 문제 해결하다… IT 숙소관리 확산 '계기’
[스바세]모텔에서 레저까지… '숙박의 진화'

이미지 전환 등 시대적 변화 역시 야놀자와 여기어때 성과를 견인했다. 두 회사가 진행한 몰카(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역시 모텔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IT 기반 숙소 관리 시스템이 확산한 것 역시 숙박 앱이 이뤄낸 성과다. 수기, 구두로 이뤄졌던 숙소 운영을 온라인과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로 바꿨다. IoT(사물인터넷), VR(가상현실) 등 IT 신기술 접목도 이뤄졌다. 모텔과 IT의 결합은 부정적인 이미지 탈피와 20~30대 투숙객 유입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배달음식 주문 앱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수수료, 광고비 부담을 호소하는 숙박업소 점주들과 갈등을 겪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숙박업소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자체 앱 개발에 나섰고 실제 출시까지 이뤄졌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고, 안정적인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숙박 앱 수수료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종합 숙박 O2O로 도약… 레저·액티비티, 해외시장 개척 나서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지난해 중반부터 레저·액티비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야놀자.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지난해 중반부터 레저·액티비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제공=위드이노베이션, 야놀자.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모텔에 그치지 않았다. 두 회사는 모텔에서 호텔, 호스텔, 리조트, 펜션, 풀빌라,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소를 유치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야놀자는 호텔나우(호텔 예약), WNH그룹(부산·경남 최대 호텔 브랜드), 한국물자조달(숙소 MRO), 우리펜션(펜션 예약)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숙소 다양화뿐 아니라 숙박 프랜차이즈, 건설·시공, 객실용품 등 사업영역 경쟁력을 강화했다.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공격적인 가맹점 확대와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에 나섰다. 매달 280만명이 사용하는 여기어때에는 국내 숙소 5만여곳이 등록됐다.

두 회사는 숙박에 이어 레저·액티비티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레저·액티비티 예약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레저·액티비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숙박에서 레저·액티비티로 소비흐름을 연결하고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가 플랫폼으로 확장에 나선 것. 야놀자는 레저·액티비티 시장 진출을 위해 레저 예약 업체 레저큐를 인수하고, 소셜액티비티 플랫폼 프렌트립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워터파크, 놀이공원, 동·식물원 입장권과 수상스키, 서핑, 레일바이크, 스크린 스포츠 등 다양한 상품을 총망라했다. 여기어때에서 검색 가능한 상품은 12개 카테고리, 2000여개에 달한다.
야놀자 소개 자료.야놀자 소개 자료.
야놀자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2016년 하반기 중국 최대 OTA(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API(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도구)를 연동, 야놀자의 중국어 버전 '야왈바'를 출시했다. 일본 최대 OTA인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와 독점 제휴, 1000여개 호텔을 보유한 동남아 호텔체인 젠룸스에 인수조건부 투자도 단행했다. 올 6월에는 '부킹닷컴', '아고다닷컴' 등을 운영하는 글로벌 OTA 부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투자금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유치, 해외 협업 기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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