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코스피…거래소, '리츠' 카드 '만지작'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한정수 기자 2019.08.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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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롯데리츠에 담긴 롯데백화점 강남점. /사진제공=롯데그룹사진은 롯데리츠에 담긴 롯데백화점 강남점. /사진제공=롯데그룹


증시 거래대금 가뭄이 심화하면서 한국거래소가 '리츠(REITs)' 활성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리츠는 실물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이다. 소액으로도 알짜 부동산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안겨주는 데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내년도 유가증권시장 중점 추진사업 중 하나로 리츠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보다는 대체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리츠가 다수 상장하면 투자유인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최근 2개월(7월1일~8월22일)간 4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조5500억원, 올해 상반기 5조2600억원에서 계속 축소됐다. 지난 28일에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3조2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져 코스닥(3조9000억원)보다도 적었다.

이에 거래소는 상장 요건 완화, 세금 인하 등 리츠 상장을 확대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말 리츠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절차를 없애 증권신고서 제출 후 본 심사만 통과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바 있다.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협의를 거쳐 1~2개월 소요되는 국토교통부의 인가절차를 줄이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 등을 찾을 계획이다. 리츠가 10여개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채권 등과 함께 담아 정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제공할 '인컴형 ETF(상장지수펀드)'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요새 투자자들이 대체투자에 관심이 많은데 리츠가 다수 상장하면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 다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말에도 리츠 상장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더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츠시장 규모가 해외에 비해 작다는 것, 올해 리츠주들이 악화된 증시 환경에서도 주가가 좋았다는 점, 부동산 투자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 등도 리츠가 부진한 증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장리츠는 5개에 불과하다. 이중 이리츠코크렙 (4,695원 ▼45 -0.95%)과 신한알파리츠, 에이리츠는 우량 자산을 통해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올 들어 전날까지 주가가 20~30% 이상 급등했다.


이 같은 인기 덕에 올해 리츠 상장도 줄을 잇는다. 첫 타자인 롯데리츠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 상장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백화점 4곳, 마트 4곳, 아울렛 2곳 등에 투자하게 되며 공모 규모는 4000억원 정도다.

다음 타자는 NH농협리츠운용이 선보이는 재간접 리츠다. 해당 리츠는 지난 27일 국토부 영업인가를 받아 다음 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11월이다. 이 리츠는 서울스퀘어, 강남 삼성물산 서초사옥, 강남 N타워, 잠실SDS타워의 수익증권과 우선주를 매입해 운용한다. 이외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리츠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도 리츠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리츠가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소액투자자들 접근성이 좋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 기대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며 "퇴직연금상품에 리츠 투자를 포함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리츠 기반이 넓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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