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고 코 앞…'朴 테마주'는 어떻게 됐나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08.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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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의 EG 주가 2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치솟기도…朴 당선 이후 대부분 테마주 거품 꺼져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홍봉진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홍봉진 기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최종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과거 '박근혜 테마주'로 각광 받았던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일부라도 무죄가 선고될 경우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2년 12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년여간 EG (8,410원 ▼80 -0.94%), 대유에이텍 (1,056원 ▼25 -2.31%), 동양물산 (4,650원 ▼15 -0.32%), 아가방컴퍼니 (5,420원 ▲190 +3.63%), 보령메디앙스 (3,435원 ▲15 +0.44%) 등이 박 전 대통령 테마주로 분류돼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EG의 주가는 2011년 말 2만원대에서 2012년 초 8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른 테마주들도 함께 상승세를 탔다. 박 전 대통령 친인척이 운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유그룹의 계열사 대유에이텍과 동양물산도 대선을 전후해 초강세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무상보육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육아 관련 종목인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도 주가가 상승했다. 아가방컴퍼니의 경우 2011년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대선을 전후해 2만원대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테마주가 실적이나 전망 등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과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 테마주들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종목들이 완만한 하향세를 탔다. 박근혜 테마주라는 색채가 옅어진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2016년 중순 EG 주가는 1만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서 자연인으로, 다시 수형자로 처지가 뒤바뀔 때마다 EG의 주가는 함께 요동을 쳤다. 혈육인 박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테마주의 굴레를 벗지 못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있었던 2017년 3월 초 EG 주가가 장중 20% 가까이 오르는 일도 있었다.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늘어난 덕이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잃고 수감된 이후에도 다른 정치 세력들의 움직임에 따라 EG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자 '친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늘어나면서 EG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EG는 이날 오전 현재에는 큰 움직임 없이 전 거래일보다 소폭 상승한 94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선거 결과나 정치 지형에 따라 일부 종목들이 영향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5%까지 추락했던 2016년 11월 시장의 관심이 자연스레 다음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 테마주가 관심을 끌며 고려산업 (3,245원 ▲35 +1.09%), 바른손 (1,475원 ▼19 -1.27%) 등이 상승세를 탔다. 안철수, 유승민 테마주도 각광을 받았다.


이처럼 정치인 테마주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유는 별다른 노력 없이 단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근혜 테마주 사례에서 보듯 특별한 모멘텀 없이 단기간에 급상승한 종목은 폭락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떤 종목이든 확실하지 않은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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