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독일 보라, 정직하라" 日 작심비판 배경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8.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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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차분→경고→극일…백색국가 제외시행에 "과거사 직시와 반성"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9.08.29.    pak7130@newsis.com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9.08.29. [email protected]


지난달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후 차분→일본경고→극일로 이어지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직'을 화두로 다시 일본을 강력 비판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대화로 풀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일본이 무반응, 예정된 보복조치를 이행한 걸 작심 비판한 것이다.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재고를 요구한 데 대해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는 점도 분명히 한 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이 정직하지 않다며 쏘아붙였다. 과거사 문제도 정직하게 대하지 않고, 경제보복의 이유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됐던 독도도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없다"며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이 정례적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 국회로 보내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를 잡았다. 마침 하루전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실제 시행했다.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소재 부품 장비 국내기업과 기술 육성 등 '극일' 예산이 담긴만큼 임시 국무회의는 자연스레 문 대통령의 일본 관련 메시지를 발신하는 계기가 됐다.

충격의 7월..'극일' 계기로= 일본은 7월1일, 3대 반도체 생산품목 수출규제 방침을 내놨다. 징용배상 판결 등의 갈등 국면에 경제보복으로 치고 들어오는 '강수'였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하루전 6월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역사적 회동을 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일주일 후, 7월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와관련 처음 언급했다. 차분하면서 단호한 기조였다. 일주일 후인 15일 수보회의에선 보다 냉정하고 강경해졌다. 8일 발언이 일본을 점잖게 타이르는 쪽이었다면 이날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고, 일본의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시 일주일 뒤인 7월22일 수보회의에서 '극일'로 방향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르는 어려움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자며 '극일'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일간 물밑 조율은 쉽지 않았고, 갈등은 악화됐다. 민간에선 자발적인 일본불매운동이 광범위하면서 강력하게 펼쳐졌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2019.08.29.    pak7130@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격주로 주재한다. 이번 국무회의는 '임시 국무회의' 형태로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열리게 됐다. 2019.08.29. [email protected]
8월 '강대강' 지소미아 종료결정=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마침내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한국제외 조치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당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의 적반하장을 좌시할 수 없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에게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감도 강조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극일' 관련 부품․소재기업 방문(8월7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개최(8월8일) 등을 통해 외교대응과 함께 경제자강 방안을 모색했다.

15일 광복절은 분수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일 비판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일본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22일, 2016년 체결후 1년마다 연장해오던 을 오는 11월 이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전북 전주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8월20일)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필승코리아 펀드’ 5000만원 가입(8월26일)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유턴기업) 기공식(8월28일) 등을 진행하며 경제극일 행보를 이어갔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일본의 백색국가 방침 시행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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