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살걸?" 공유경제 대비하는 韓 배터리업계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8.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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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I "공유경제 전기차 수요 최대 변수…배터리 생산원가 낮춰야"

김명환 LG화학 사장(배터리연구소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김명환 LG화학 사장(배터리연구소장)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공유경제 시대가 되면, 소비자들이 과연 자동차를 살 필요가 있겠습니까. 없겠죠."

김명환 LG화학 사장(배터리연구소장)의 자문자답이다. 공유경제의 확대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전망과 함께, 성장하는 시장에 걸맞은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이 필요하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전지전략마케팅담당)는 "차량 공유경제 시대가 되면서 전기차가 더 매력적인 대상이 된다"며 "공유차가 범용화되면서 전기차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과 LG가 머리를 맞댔다. 28일 코엑스에서 열린 SNE리서치의 배터리 콘퍼런스 'KABC 2019'에서다. 공유경제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이 커질거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배터리 지속성 확대, 생산원가 저감 등을 과제로 꼽았다.

◇"태양광+자율주행+전기차 뭉쳐 빅뱅 일어날 것"=자동차 공유경제(카셰어링)의 핵심은 자율주행의 수준이다. 자율주행에 가까워질수록 개인이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율주행이 카셰어링 시장을 키우고, 역으로 카셰어링이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전기차가 있다.



김 사장은 "테슬라가 전기차 자율주행을 현실화했고 자율주행이 완벽해지면 카셰어링(차량공유) 시장이 대대적으로 열린다"고 말했다.

자동차 소비 패턴의 대전환도 예상했다. 그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공유경제 전기차로 이동할 때 400km쯤 가는 배터리가 달려있다면 대구쯤 가서 급속충전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차를 바꿔타면 된다"고 했다.

결국은 비용이다. 김 사장은 "지금 전기차 가격이 가솔린 대비 1.5배라면, 공유경제가 됐을 때 개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의 7분의 1이 된다는 계산 결과가 있다"며 "전기차는 비싸도 공유경제가 결합되면 소비자들은 더 싸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무도 동의했다. 그는 "카셰어링 업체의 비용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이 드라이버 비용이고 그래서 우버같은 서비스 업체들이 돈을 못 벌고 있는 것"이라며 "전기차로 일단 유지비를 줄이고,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과 연계되면 카셰어링 업체에도, 소비자에도 실제 경제적 가치로 다가오게 된다"고 말했다.

손 전무는 "세계 카셰어링 차량이 3000만대로 예상되는데, 이 중 70만대가 1~2년 내 전기차로 바뀌고, 2025년까지 200만대 정도 추가로 카셰어링 전기차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카셰어링이) 더 범용화되는 시기에 이르면 전기차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비싸다고? 스마트폰 보라"=김 사장은 "피쳐폰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기능이 더 좋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역시 가솔린 차량이 못 주는 가치를 계속해서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무는 "내연기관에 100년간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인지 전기차는 성능이 부족하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전기차가 성능, 내구성, 진동 및 소음, 디자인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의 장벽을 어떻게 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출시된 테슬라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3가 당초 약속했던 가격 대비 높은 가격에 출시된 것 역시 아직 생산원가의 벽이 높다는 의미다. 배터리 생산단가를 끌어내리는 게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1997년과 비교하면 (제곱미터당) 1달러에서 절대 내려갈 수 없을 거라던 분리막 단가가 지금은 0.5달러, 0.3달러까지 내려가는 믿을 수 없는 코스트 다운이 이뤄지고 있다"며 "코발트나 니켈 등의 원가 비중이 제일 큰데 재활용 재사용 기술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무는 "전기차는 지금 최소 20%, 최대 40% 가량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싸다"며 "3~4년 내 동급 수준으로 가격이 맞춰질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삼성SDI도 그런 시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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