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
27일 경기 평택시 메카로 본사에서 만난 이재정 대표는 히터블록과 전구체 국산화 성공 요인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 기회를 주지 않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저조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상반된 발언이다.
메카로는 2000년 창업 후 전량 외국제품에 의존하던 히터블록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했다. 이 대표는 "당시 6인치 메탈 히터블록이 개당 2000만~3000만원으로 너무 비싸고 해외업체 AS(애프터서비스)도 좋지 않아 국산화를 시작했다"며 "2년간 30~40개 제품을 폐기한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메카로는 이후 8인치, 12인치 제품 국산화에 잇따라 성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90% 이상을 납품한다.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유럽 등 해외 업체에 40% 이상 공급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카로가 일본 경쟁사를 압도한 비결은 한국의 D램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고객이 옆에 있어 작은 불량도 끊임없이 개선하게 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일본으로부터 공급받는 메탈 히터블록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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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로는 전구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전구체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액상 화학물질이다. 메카로는 국내 최초로 지르코늄 계열 전구체 양산에 성공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구체는 해외 대형 업체의 전유물로 개발 초기만해도 특허료를 지불하고 만들어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한국 반도체 역사에 남을 메카로만의 전구체 물질을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우고 5년간의 연구개발(R&D). 2년의 테스트를 거쳐 ZM40이라는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카로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전구체 50%를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2006년 매출 32억원에 불과했던 메카로는 10여 년 만에 매출 10000억으로 성장했다.
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
일본 수출 규제로 불붙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집중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현재 국산화는 개발이 어려운 것만 남은 단계"라며 "이를테면 삼성, 하이닉스가 일본이 독점한 세라믹 히터블록 국산화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는데 원재료도 일본에 있고 기술도 없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하이닉스가 국산화하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우리 기술력이 못 따라왔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과제만 남았기 때문에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집중적인 투자 지원과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산화를 위해서는 반(反)일본이 아닌 친(親)일본 전략이 필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과거 솔믹스에 있을 때 일본 도시바세라믹에서 정년퇴직한 분을 고문으로 모셔다 통역해가며 기술개발해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부품·소재를 빨리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관계를 좋게 해 일본의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해 기술을 배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