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로 대표 "소재·부품 국산화, 삼성·SK 의지 있었기에 성공"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08.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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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복한 부품·소재·장비]이재정 메카로 대표 인터뷰

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


"D램 반도체는 한국이 제일 앞서 있잖아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정보를 많이 주는 바람에 개발이 앞설 수밖에요. 테스트 기회도 많이 받았죠."

27일 경기 평택시 메카로 본사에서 만난 이재정 대표는 히터블록과 전구체 국산화 성공 요인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 기회를 주지 않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저조하다는 일각의 지적과 상반된 발언이다.



메카로는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열에너지를 균일하게 공급하는 기능성 부품 히터블록과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인 전구체(Precursor)를 생산·판매한다.

메카로는 2000년 창업 후 전량 외국제품에 의존하던 히터블록 국산화에 최초로 성공했다. 이 대표는 "당시 6인치 메탈 히터블록이 개당 2000만~3000만원으로 너무 비싸고 해외업체 AS(애프터서비스)도 좋지 않아 국산화를 시작했다"며 "2년간 30~40개 제품을 폐기한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30~40번의 테스트 기회를 준 고객사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카로의 히터블록 단가는 1000만원 정도로 수입품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하다.

메카로는 이후 8인치, 12인치 제품 국산화에 잇따라 성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90% 이상을 납품한다.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유럽 등 해외 업체에 40% 이상 공급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카로가 일본 경쟁사를 압도한 비결은 한국의 D램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고객이 옆에 있어 작은 불량도 끊임없이 개선하게 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일본으로부터 공급받는 메탈 히터블록은 없다"고 강조했다.


메카로는 전구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전구체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액상 화학물질이다. 메카로는 국내 최초로 지르코늄 계열 전구체 양산에 성공해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구체는 해외 대형 업체의 전유물로 개발 초기만해도 특허료를 지불하고 만들어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한국 반도체 역사에 남을 메카로만의 전구체 물질을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우고 5년간의 연구개발(R&D). 2년의 테스트를 거쳐 ZM40이라는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카로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전구체 50%를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2006년 매출 32억원에 불과했던 메카로는 10여 년 만에 매출 10000억으로 성장했다.



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이재정 메카로 대표. /사진=박소연 기자
그러나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성장 동력이 꺼질까 고민도 크다. 이 대표는 "전구체는 새로운 물질의 반응이 일어나기까지 길게는 48시간, 일주일을 지켜봐야 하는데 8시간 일하고 집에 가라는 건 연구하지 말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발자들에게는 돈을 떠나 머릿속에 설계했던 물질을 개발하는 희열이 크다"며 "이런 성취감을 북돋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로 불붙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집중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대표는 "현재 국산화는 개발이 어려운 것만 남은 단계"라며 "이를테면 삼성, 하이닉스가 일본이 독점한 세라믹 히터블록 국산화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는데 원재료도 일본에 있고 기술도 없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하이닉스가 국산화하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우리 기술력이 못 따라왔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과제만 남았기 때문에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집중적인 투자 지원과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산화를 위해서는 반(反)일본이 아닌 친(親)일본 전략이 필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과거 솔믹스에 있을 때 일본 도시바세라믹에서 정년퇴직한 분을 고문으로 모셔다 통역해가며 기술개발해 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부품·소재를 빨리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관계를 좋게 해 일본의 핵심 엔지니어를 영입해 기술을 배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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