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멍군" 삼성화재-메리츠화재, 설계사 혈투 '2라운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진경진 기자 2019.08.30 05:07
글자크기

장기인보험 1위 경쟁 이어 설계사 채용 전쟁, 메리츠 공격 행보에 삼성화재 내달부터 수수료제도 개편

삼성화재 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삼성화재 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사람 대상의 장기보험(인보험) 시장에서 치열한 1,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화재 (277,000원 0.00%)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가 영업조직의 핵심인 설계사 채널에서 장외 혈투를 벌이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GA(법인대리점)에 의존하던 기존 영업패턴에서 벗어나 경력 중심으로 전속설계사 조직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자 삼성화재가 수수료 제도를 개편하며 인력이탈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다음 달부터 신입 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지급을 기존의 '분급형'에서 '활동형'으로 개편하고 지원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신입 설계사란 새로 육성한 설계사 뿐 아니라 타사에서 경력으로 이전한 설계사도 모두 포함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그동안 보험료 기반으로 실적과 기타 10여가지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설계사 수수료를 지급하던 것을 정착지원금 형태로 일원화한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설계사가 판매한 보험의 월보험료에 비례에 수수료를 지급(비례 방식)하고 △월보험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매하거나 △육아 △모바일 장비 구입 등 기타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정액으로 수수료를 추가 지급(비비례 방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계약 건수에 따라 정착지원금을 준다. 첫 달에 고객 1명, 둘째 달에 3명, 세 달째에 5명을 달성하면 월 200만~3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게 되는 식으로 변한다.

삼성화재는 당초 보험료에 비례한 '실적형'과 건수에 비례한 활동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영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과 신입 설계사의 중도 탈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동형만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초기에는 영업이 어렵다 보니 실적중심의 평가를 벗어나 보험설계사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 강화 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막기 위해 오는 2021년부터 설계사의 모집수수료를 가입 첫해 월납보험료의 1200%(12배)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직 시행까지 1년 이상 남았지만 삼성화재가 선제적으로 수수료 제도를 바꾼 것은 업계의 공격적인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2017년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GA형’ 점포를 도입하고 신입 설계사 육성 대신 경력 설계사 모집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월 500~600명 이상의 경력 설계사를 채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 공시 기준 2017년 말 1만3667명이던 메리츠화재의 설계사 수는 지난 7월말 기준 2만446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삼성화재의 경우 2017년 말 설계사 수가 1만9120명에 달했으나 지난 7월 기준 1만8452명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를 시발점으로 한 경력설계사 지각변동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력 설계사의 이탈은 영업 조직에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계약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고아계약’을 양산한다. 또 고객들에게 기존 보험을 깨고 비슷한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이른바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나머지 대형 손보사의 경우 아직 본격적으로 설계사 리쿠르팅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삼성화재가 ‘문단속’에 나선만큼 다른 회사들도 수수료제도 등을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