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DSLNG 베이스캠프 전경/사진=DSLNG 법인
해가 질 무렵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1.5미터 높이의 우물(井) 모양 구조물이 나타났다. 세노로 가스전이다. 땅 속 깊이 매장된 천연가스를 끌어올리는 생산정(well)이었다. 이곳에서 뽑은 가스는 배관을 통해 중앙처리시설로 보내진다. 생산정에서는 천연가스뿐 아니라 물, 모래, 기름 등이 함께 나온다. 중앙처리시설에서 수분과 모래, 기름을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 천연가스만 추출한다. 벼이삭을 탈곡해 낟알을 골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방문한 세노로 이외에도 동기·마틴독 가스전에서 뽑아낸 천연가스까지 모두 중앙처리시설을 거쳐 배관으로 플랜트로 공급된다. 최종 정제과정을 거쳐 액화한다. 천연가스는 액화해 LNG로 만들면 부피가 600분의1로 줄어든다. 기체상태보다 운송이 쉬워 경제·효율성이 뛰어나다.
인도네시아 DSLNG 액화설비 냉각탑/사진=DSLNG 법인
캠프 중앙에 있는 LNG 액화설비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숙소동이 나왔다. 5평 크기의 원룸 2개로 나뉜 컨테이너가 줄지어 있었다. DSLNG 법인에 파견된 가스공사 한국인 직원 6명을 포함해 200명 넘게 머무는 곳이다. 이들은 28일 근무-28일 휴무 체제로 일하고 있다. 외딴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집중해서 일하는 기간을 두고 있다.
현지에서 2년 넘게 일한 김봉중 DSLNG 전기엔지니어(가스공사 과장)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28일 동안 매일 근무를 한다"며 "이곳에선 하루 6000톤, 연간 220만톤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중 DSLNG 전기엔지니어(맨 오른쪽)와 동료들/사진=김봉중 DSLNG 전기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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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는 2027년까지 이곳에서 매년 천연가스 70만톤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 전체 가구가 약 2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130만톤은 일본의 큐슈전력, 제라(JERA)가 수입한다. 나머지는 인도네시아에 공급된다.
가스공사는 2010년 DSLNG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동기, 세노로, 마틴독 가스전은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쉘, 엑슨모빌 등 메이저 에너지회사의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수익성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DSLNG 사업은 가스공사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가스공사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메이저 에너지회사와 가스개발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에너지회사는 알맹이인 가스개발 운영 비법을 가스공사와 공유하진 않는다.
인도네시아 DSLNG 베이스캠프 숙소동/사진=DSLNG 법인
DSLNG 사업은 실적도 쏠쏠하다. 순이익은 2016년 6400만달러, 2017년 1억5600만달러, 2018년 1억3400만달러를 냈다. 배당은 내년부터 예상된다. 천연가스를 처음 상업 생산한 2015년 8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심도 깊다.
합작사 4곳으로 구성된 DSLNG 법인에서 요직인 재무이사는 가스공사가 맡고 있다. 정은경 DSLNG 재무이사(가스공사 부장)는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DSLNG 사업으로 천연가스 공급처 확보, 독자적 기술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DSLNG 베이스캠프에서 LNG운송선박이 접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사진=DSLNG 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