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프락치 '김대표' A씨가 동향 파악과 접점 확보를 지시받은 정치인들. 사진 왼쪽부터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 이인영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설훈 의원, 김영춘 의원.
2015년부터 국정원의 지시로 일명 '김 대표'가 민간인 사찰을 하며 프락치 활동을 했다는 2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대해 국정원은 '정당한 국가보안법 위반 내사업무였다'고 반론한 바 있다.
27일 국정원 관련 제보자인 '김 대표' A씨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최모씨는 2016년 6월 A씨에게 '고대민동(민주동문회) 주요인사 연락망'이라는 엑셀 파일을 보내면서 명단에 포함된 이들과의 접점을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016년 6월경 고려대 민주동문회 동향 파악을 지시하며 국정원 프락치 A씨에게 전달한 당시 연락처 문건. 문서 오른쪽 문서정보에는 2016년 6월24일 금요일 작성, 마지막 저장한 사람 john으로 돼 있다./자료제공=A씨
이 밖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함된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관여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 언론에 진보적인 색채를 드러낸 대학 교수, 다수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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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것으로, 작성자는 'John'이라고만 입력됐다. A씨는 이 파일을 전달한 사람이 자신에게 2014년 처음 접근해 포섭한 국정원 최모씨라고 설명했다. 이 파일이 전달된 이메일 계정 역시 최씨가 만들었다.
A씨는 "고대 민주동문회 명단을 보내더니 이 중 연락 가능한 사람이 누군지, 어디서 활동하는지, 현재 국정원 공안2팀 경기지부에서 사찰 중인 대상자들과 연관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하라고 했다"며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사찰 대상들의 대화에 등장하면 그 얘기를 잘 기억했다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명단에 포함된 한 민간인은 "국정원에서 사찰 대상이 될 언행도 안하고, 고대 민주동문회에서도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있는데 왜 사찰대상이 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학생운동 출신도 아닌데, 박근혜에 반대했던 일이 문제가 된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직원이 건넨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 홍성규 민중당 사무총장 등도 국정원의 사찰 대상이었다.
A씨는 "국정원이 나 이외의 다른 프락치가 보고한 파일을 보고 서로 대조해가면서 조직도를 그렸다"며 "특히 이상규, 홍성규 등 과거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활동했던 이들을 만난다고 하면 매우 좋아하면서 자세히 보고하도록 시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