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대포통장에서 가상자산 지갑으로…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08.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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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이스피싱,영혼을 파괴한다]가상자산 통해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계좌 대여 등 주의 당부

편집자주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어눌한 조선족 어투는 한때 개그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스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할 만큼 첨단화되고 지능화됐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피해자의 숫자와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ATM(자동화기기)로 돈을 인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암호화폐)를 활용해 피싱한 돈을 현금화하는 단계까지 왔다.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방법은 사람을 속여서 대포통장에 돈을 보내게 한 다음에 다른 사람을 시켜서 ATM에서 돈을 빼내는 것이다.



하지만 대포통장을 구하는 것은 물론 ATM에서 돈을 빼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6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100만원 이상 입금된 통장에서 ATM을 통해 출금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연인출제도’가 시행된 것은 특히 결정적이었다. ATM 등을 통한 이체를 막는 ‘지연이체제도’도 시행되고 있어 여러 계좌를 통한 돈세탁은 일단 막혀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찾아내기 위해 AI(인공지능)도 활용하고 있다. 딥러링 기술을 적용해 보이스피싱 피해 거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를 찾아낼 수 있다.



돈을 빼내기 어려워지면서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이 최근에 많이 활용한 것은 가상자산이다.즉 대포통장 대신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계좌를 활용해 돈을 빼 돌리는 방식이다. 은행 계좌와 달리 가상자산 지갑은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들이 ‘계좌에 돈을 입금해줄테니 대신 가상자산을 매수해 전송해주면 수수료를 주겠다’고 접근하거나 ‘대출할 때 가상자산 거래실적 등을 쌓으면 저리 혜택을 준다’고 유인하는 건 모두 금융사기다. 물론 이렇게 하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계좌 대여는 끊이지 않는다.

신한은행이 지난 6월말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에는 이같은 가상자산이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1년간 보이스피싱이 상당량 증가했는데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때문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에 강력한 피해 방지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계좌를 이용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후오비코리아는 보이스피싱 등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면 100일 이상 동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팍스 역시 최대 30일까지 출금을 보류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계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중”이라며 “거래사이트 계좌 거래 분석을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해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전행적 소비자보호 강화 및 대포통장 감축 TFT' 발대식을 개최했다. 특히 TFT에는 IT 인력이 대거 합류해 빅데이터 분석, AI 적용 등 최신 기법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뱅킹에 보이스피싱 악성앱 탐지 솔루션을 적용했고 IBK기업은행은 AI를 활용해 보이스피싱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IBK피싱스톱'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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