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사는 美옥수수 日이 산다…아베 윈윈? '승자'트럼프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8.26 16:14
글자크기

트럼프·아베 "미일 무역협상 큰 틀서 합의…9월 말 서명 목표"…日 자동차 관세 협의 미뤄지자 '퍼주기' 논란

/사진=AFP/사진=AFP


미·일 무역협상이 9월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측에 유리한 협상이 아니냐는 일본 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농산물 시장 개방 폭을 넓혀주는 내용에 양국이 합의한데 비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승용차 관세 협의는 미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불안해진 동아시아 정세가 일본으로 하여금 성급한 협의를 이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전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은 최근 진행해오던 양국 무역협정에 원칙적으로 큰 틀에서 합의, 9월 말 뉴욕에서 열리는 UN총회 자리를 빌어 협정 서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핵심 원칙에 있어 합의했고 그것은 농산물(agriculture), 공산품 관세(industrial tariffs), 디지털 무역(digital trade) 등 세 개 분야"라며 "우리는 추후 세부사항 합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주어 설명한 것은 농산물 분야에서의 협정 내용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본은 우리의 3대 농산물 (수출) 시장"이라며 "일본은 (연간) 140억달러(약 17조원) 어치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이번 협정은 7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추가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품목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밀, 유제품, 와인, 에탄올 등이 언급됐다. 공산품 관세나 디지털 무역 분야에 대해서는 상세 언급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에 부과되는 38.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033년 9%까지 낮춰 일본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한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구입한다는 의견도 트럼프 대통령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가 인용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추가로 수입할 사료용 옥수수는 약 250만톤으로 연간 수입량의 3개월 분에 해당한다.

아베 총리는 "(협상이)윈·윈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경제에 확실히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약속을 실행하지 않아 미국의 여러 지역에 옥수수가 남아있다"며 "아베 총리가 구매해 주는 것은 매우 큰 거래"라고 치켜세웠다.

미중 무역마찰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를 대량 구매해주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텃밭인 미 농가에 희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이 주장했더 미국으로 수출되는 승용차 관세(2.5%) 삭감은 이번 협정에서 보류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한 협정 내용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는 트위터에서 "미일 무역 협상은 예상했던대로 일본이 농업에서 양보했고 자동차 분야에선 이길 수 없었다"며 "이런 식의 미국을 추종하는 외교정치를 기뻐하는 것은 아베 총리이고 상처받는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이 중국에 팔리지 않은 미국 옥수수를 대량으로 사들이기로 했다"며 "이 옥수수는 유전자 변형작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본 국민의 건강을 팔았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 대사도 아베 총리의 '윈윈' 발언을 들어 "미국에는 대문자 윈(Win)이고 일본에는 소문자 윈(win)"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미일 무역협상이 속도를 낸 배경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내년 가을 대선을 향한 성과에 돌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도발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한일 관계 알화로 동아시아 안보 정세가 복잡하다"며 "일본 외교는 미국과 밀월 관계 유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 관련 협상내용이 미국 측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이번 G7 회담의 기회에 약국 정상간 미일 동맹 유대를 재확인하고 무역 문제 등 양자 관계 및 다양한 국제 사회 과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