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부과 '난타전'…"수출주·경기민감주 비중 축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9.08.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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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전]28일 MSCI EM지수 재조정도 코스피 부담 요인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미국은 관세율 인상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갈등이 격화되며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식비중 축소 등 위험자산에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 등 5078개 품목, 750억달러(약 90조원) 어치에 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는 9월 1일과 12월 15일에 나눠서 발효된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 약 3000억달러 어치에 추가관세를 발효하는 시점과 같다.



특히 중국은 12월 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25%, 자동차 부품에는 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는 아르헨티나와 일본에서 미중 양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위반한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대응해 다자 무역체제와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 측 대응에 관세 인상으로 맞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2500억달러 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월 1일부터 현재의 25%에서 3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30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도 당초 예정됐던 10%에서 15%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석하게도 과거 행정부는 중국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이 이뤄지지 않은 채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미국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말았다"며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간의 '강대강' 대립이 경기침체 리스크를 더욱 높이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홍콩시위 무력진압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여부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변수"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경제·금융시장의 취약함이 부각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7일(현지시간)부터 적용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M(신흥시장)지수 리밸런싱도 코스피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대신증권은 9월 코스피가 1870에서 2000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26일 전망했다. 12개월 향후 이익 전망치 기준 PER(주가이익비율)을 9.9배~10.6배를 적용한 숫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위험자산이 가격조정 국면에 들어갔고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분쟁이 격화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펀더멘털의 하방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달러강세, 원화약세 압력이 커질 경우 코스피의 추가적 레벨다운이 불가피하다"며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기보다 1900선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MSCI EM지수 리밸런싱에는 중국 A주, 사우디와 아르헨티나의 편입 영향으로 신흥시장 지수내에서 한국과 대만, 인도 등 여타 국가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M 지수 리밸런싱 적용일은 국내 기준 28일이지만 수급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이 팀장은 "포트폴리오 무게중심을 배당주, 저변동성 스타일로 이동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수출주, 경기민감주 비중 축소를 제안했다. 이어 "하반기 하락변동성 확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한다"며 "3분기 중 달러강세 속도가 빨라지면 코스피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 하락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미중 갈등 격화는 일반적으로 약 1개월 동안 10% 내외의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며 "연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내달 18일에 열릴 예정으로 향후 2~3주 정도가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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