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3달째 "노 차이나" 홍콩의 미래 시나리오 3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이태성 기자, 강민수 기자 2019.08.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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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현장](종합)

편집자주 홍콩 시위가 12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달 초 공항 마비와 바다에 버려진 오성홍기, 인근 지역에서의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 모습이 상징하듯 강대강 대치는 제2의 천안문 사태까지 떠올리게 했다. 몇주가 또 지나 과격시위의 흔적도 있지만 일단 현지에서는 평화시위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콩 현지에서 지켜본 홍콩의 미래는 무엇일까.

[르포]여전히 화려한 야경 속 "홍콩인 힘내자"가 울려퍼졌다
[홍콩 시위 현장]①친구·가족이 함께 시위 참가…"홍콩인 힘내자" 서로 격려 "지지해줘 고맙다" 세계에 감사 전해…31일 추가 시위 계획



지난 23일(현지시간) 밤 홍콩 도심서 열린 '인간 띠'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태극기와 시위를 지지해준 한국인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지난 23일(현지시간) 밤 홍콩 도심서 열린 '인간 띠'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태극기와 시위를 지지해준 한국인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들고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


한여름 홍콩의 공기는 무거웠다. 거리를 가득 메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고개를 크게 젖혀야 겨우 높이를 가늠할 수 있는 고층빌딩이 어우러진 화려한 야경은 여전했지만, 지나는 시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도로 곳곳에 적힌 '중국은 싫다. 홍콩에 자유를'(NO CHINA, free HK), '정부는 썩었다'(狗官) 등 낙서가 어려운 홍콩의 현실을 엿보게 했다.

지난 6월 초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송환법) 체결을 막기 위해 시작된 홍콩 시위는 벌써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도심 곳곳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23일(현지시간) 밤 수십 ㎞에 이르는 '인간 띠'를 만든 시위 현장은 마치 2016년 한국의 촛불집회를 보는 듯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나온 20대 여성,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참여한 가족, 홍콩으로 여행 왔다가 시위에 공감한 외국인 남성까지 남녀노소, 종교·국적 불문 수많은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열정을 쏟아냈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 힘내자"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자, 마치 축제 현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큼지막한 태극기와 함께 "민주와 자유를 지지해준 한국 사람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종이를 들고 있던 한 청년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면서 "중국 정부의 간섭을 뿌리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위가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방독면과 안전모 등을 갖춘 시위대와 경찰이 출동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과격한 시위대가 벽돌과 돌멩이, 화염병 등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진압에 나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역 앞에서 '인간 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사진=유희석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역 앞에서 '인간 띠'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 /사진=유희석
이 때문에 상점이 문을 닫고, 지하철이 멈췄다. 시내 주요 도로가 막히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시위대를 지지하며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를 규탄했다. 일부 친중 시위대가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시위가 점차 동력을 잃어간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4일 오전 홍콩국제공항 진입 도로를 막고 진행하기로 했던 시위는 참가자 수가 너무 적어 취소됐다. 당일 취재를 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도 몇 시간 멀뚱히 대기하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국 출장길에 구류됐던 주홍콩 영국 영사관 직원은 석방됐고, 앞선 시위에서 경찰이 쏜 콩알탄에 눈을 맞았던 여성은 실명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폐기, 직선제 실시, 과잉 진압 경찰 조사 등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오는 31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다.

유희석 기자, 이태성 기자

최루탄 재등장-13만명 인간띠 시위…긴장감 커지는 홍콩
[홍콩 시위 현장]②비폭력 시위 10여일만에 다시 시위대·경찰 물리적 충돌…현지인 "시위대 요구 들어주기 쉽지 않다"

【홍콩=AP/뉴시스】24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시위대가 시위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대는 쿤통 등지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홍콩 중고생들은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주 동안 수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2019.08.24.【홍콩=AP/뉴시스】24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시위대가 시위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대는 쿤통 등지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홍콩 중고생들은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주 동안 수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2019.08.24.
홍콩 경찰이 10여 일 만에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며 비폭력 국면으로 전환됐던 시위가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시위대 여성이 경찰에서 알몸으로 조사를 받았다' '베이징행 비행기 안에서 홍콩인이 체포됐다'는 등의 소식마저 연이어 들려오면서 양측의 긴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시위대는 요구사항을 관철할 때까지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 사항 중 무엇하나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12주째 이어지는 시위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을 키우며 공전하고 있다.

24일 홍콩 쿤퉁 지역에서 시위대가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이태성24일 홍콩 쿤퉁 지역에서 시위대가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이태성
◇다시 시작된 무력 충돌, 커지는 불안감=지난 24일 정오부터 정부는 쿤퉁 지역의 시위가 시작되기에 앞서 시위대가 모이기로 한 주변의 지하철역 4곳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켰다. 시위대가 지나치게 많이 모일 것을 우려한 선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이날 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되기로 한 작은 공원에는 정오를 조금 지난 시점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위 시작 시점인 오후 1시에는 이미 수천 명이 모인 상태였다.

시위대는 곧 거리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홍콩 힘내라' '5대 요구 사항을 들어달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범죄인 인도 협약'(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등이다. 행진은 통제된 도로 안에서 평화롭게 이뤄졌다.

시위대 안에는 5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도 있었고, 70이 넘어 보이는 노인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행진 인파 속에서 만난 룽씨(Leung)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 시간 뒤 아우타우콕(牛頭角) 경찰서 바깥에서 상황은 돌변했다. 홍콩 현지 경찰에 따르면 시위에 참석한 사람 중 일부 과격파들이 경찰에 2개의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이에 대응해 곧바로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했다. 지난 12~13일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며 대규모 충돌이 벌어진 이후 10여 일 만에 다시 최루탄이 시위대를 향했다.

23일 홍콩 차터가든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태성23일 홍콩 차터가든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태성
23일까지만 해도 홍콩 시위대는 평화로운 방법을 고수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해왔다. 강경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중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 낮 현지에서는 대형 쇼핑몰에서 재계를 압박하기 위한 불매운동과 회계사와 기독교계의 평화 집회가 있었고, 저녁에는 '홍콩의 길'이 이어졌다. 이는 홍콩 내 3개 지하철 노선을 잇는 인간 띠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 1989년 8월 23일 당시 소련 입법 공화국이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발트해 주민 200만명이 전 세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열망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발트 3국을 가로지르는 총연장 680㎞의 인간 띠를 만들었던 것에서 착안했다.

【홍콩=AP/뉴시스】23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손을 잡고 한 줄로 서서 인간 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1989년 8월 23일 발트 3국의 국민이 손을 맞잡고 670km에 이르는 ‘발트의 길’을 만들어 소련에 저항한 역사적 사건에 영감을 받아 시내와 항구 등에서 60km에 달하는 인간 띠를 형성해 이른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다. 2019.08.24.【홍콩=AP/뉴시스】23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손을 잡고 한 줄로 서서 인간 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1989년 8월 23일 발트 3국의 국민이 손을 맞잡고 670km에 이르는 ‘발트의 길’을 만들어 소련에 저항한 역사적 사건에 영감을 받아 시내와 항구 등에서 60km에 달하는 인간 띠를 형성해 이른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다. 2019.08.24.
시민들은 오후 7시부터 센트럴, 완차이 등에 모여 인간 띠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최 측이 발표한 바로는 총 13만5000명이 이 인간 띠 만들기에 동참했다. 길이도 기존 계획인 45km에서 60km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교통 불편을 일으키거나 경찰과 충돌하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가 지하철에 낙서했다는 등의 가벼운 소식만이 들려왔다.

시위대는 각자의 자리에서 '홍콩을 해방하라' '5대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는 구호를 외쳤고, 최대한 행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나의 중국'을 요구하는 친중 시위대가 차를 타고 인간 띠 앞을 지나가며 "중국 만세"를 외쳤을 때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오후 9시 일제히 해산했다. 한 시간 뒤 거리는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흔적이 없었다.

◇단호한 시위대, 해결할 수 없는 정부=시위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정부가 5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밤 인간 띠 만들기에 참여하던 스티브씨(가명·20)는 "모든 책임은 홍콩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홍콩을 지키기 위해 모였다"며 "항상 불안한 홍콩이 아닌 안전한 홍콩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옆자리를 지키던 여성도 "벌써 많은 시간 동안 홍콩 시민이 하나가 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정부에서 응답이 없으면 이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를 따라나온 10살 내외로 보이는 아이마저도 '5대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구호를 먼저 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홍콩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인은 익명을 조건으로 "5대 요구사항 중 경찰에 관한 조사를 제외하면 홍콩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며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홍콩 정부가 과연 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중국이 홍콩에서 한발 물러나야 시위가 마무리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지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홍콩 시위는 오는 10월 1일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건국기념일 전에 홍콩 사태를 해결하려 무장 병력 투입 등 강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는 오는 31일 홍콩섬에서 또 다른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로, 도심 행진이 진행되는 만큼 경찰과의 충돌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태성 기자, 유희석 기자

中 무력 투입? 동력 상실?…홍콩시위 3가지 시나리오
[홍콩 시위 현장]③시위대 요구 수용·무력 개입 가능성 작아…시민 참여 줄며 흐지부지 우려도

지난 23일(현지시간) 밤 거대한 인간 띠 잇기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각자 손전등 기능을 킨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 체결 계획 폐기 등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지난 23일(현지시간) 밤 거대한 인간 띠 잇기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이 각자 손전등 기능을 킨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 체결 계획 폐기 등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
홍콩의 대규모 시위가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약'(송환법) 체결 추진이 기폭제가 됐지만, 지금은 공산당 정부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민주화 시위로 진화했다.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반환될 때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철저히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친중 인사로 채워진 홍콩 정부는 시위대 요구를 무시하고,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한편에선 중국 정부가 무장 병력 투입을 통한 강경 진압을 위협하는 등 경제·정치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듯 홍콩 시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크게 3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정부가 시위대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것이다. 송환법을 완전히 포기하고, 직선제를 시행하는 등 홍콩의 자치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작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의 허락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 요구도 거부하는 실정이다.

둘째는 중국의 전격적인 무력 동원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홍콩과 접한 선전 지역에 대규모 무장경찰을 대기시켜 놓고 시위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언제든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의 무장경찰이 홍콩에 진입하면 시위대와의 격한 출동이 불가피해진다. 홍콩 사회가 지금보다 더한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세계 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홍콩의 상업 지역 몽콕역 주변 거리를 지나는 관광객과 시민들. /사진=유희석지난 24일(현지시간) 홍콩의 상업 지역 몽콕역 주변 거리를 지나는 관광객과 시민들. /사진=유희석
가능성이 제일 큰 시나리오는 홍콩 시위가 제풀에 꺾여 흐지부지해지는 것이다. 홍콩 정부는 이미 시위의 단초가 된 송환법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며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는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 달 새 학기가 시작되면 중요한 동력인 학생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 시위로 말미암은 교통 체증과 영업 차질 등에 지친 시민이 지지를 멈출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자유롭고 풍요로운 아시아의 경제도시 홍콩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것은 확실하다. 홍콩과 캐나다 이중국적으로 홍콩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L씨는 "홍콩 시민으로서 '홍콩의 미래'에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 "홍콩은 우리의 집이다. 경제가 안 좋아지면 다시 일으키고, 일국양제가 무너지면 하나의 체재로 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샤틴역과 연결된 한 대형 쇼핑몰 기둥에 시민들이 붙여논 민주화 시위 관련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홍콩 샤틴역과 연결된 한 대형 쇼핑몰 기둥에 시민들이 붙여논 민주화 시위 관련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유희석 기자
유희석 기자

"홍콩인들도 한국 사람처럼 싸워 이길 겁니다“
[홍콩 시위 현장]④조이 시우, 홍콩대학연합국제사무대표단 대변인…"홍콩 민주주의 제대로 못 누려, 최선은 독립" '촛불집회'에 감탄…"자유 등 핵심가치 지켜야"…"中 군대 투입 못해·수업거부로 계속 싸울 것"

[MT리포트]3달째 "노 차이나"  홍콩의 미래 시나리오 3
"한국인들이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용기와 결심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홍콩인)가 '범죄인 인도 협약'(송환법) 반대 시위를 시작한 이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한국처럼 싸워 이겨 민주주의를 마음껏 향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홍콩성시대 총학생회 부회장이자 홍콩 대학생 연합단체 홍콩대학연합국제사무대표단(HKHIIAD) 대변인인 조이 시우(Joey Siu·20)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이 시위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홍콩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콩 시위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시우는 "우리는 보편적인 참정권이 없으며 중국 정부에 의해 발언의 자유, 집회의 자유, 법치 등 핵심 가치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가치를 보호해야 할 홍콩 정부는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홍콩은 현재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제를 통해 선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원래 2017년부터 직선제 시행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중(反中) 인사의 선거인단 포함을 원천 봉쇄하는 방식으로 행정과 입법 기관을 장악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시우 대변인은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문화와 사회 구조, 핵심 가치 등 모든 것에서 중국과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인 대부분은 자치와 민주주의 등 지켜지고 보호돼야 할 모든 핵심 가치를 원한다"며 "일부는 이 모든 것을 위해 독립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홍콩 사람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나 시위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홍콩 사회가 나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바로 그래서 설득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를 단합시키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모든 홍콩인을 위한 혁명이다"고 주장했다.

시우는 다음 달 개학 후 학생들의 시위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 대학교는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대다수 학생회가 '수업 거부'(class-boycott) 운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많은 학생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위에 계속 참여할 뜻을 밝혔다.

또 중국의 무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이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보내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홍콩이 중국에 중요한 경제 중심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홍콩 접경지역에 병력을 파견한 것은 국제 사회가 주목해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진입하면 홍콩에 거주 중인 모든 외국인과 외국계 기업, 정부 관계자가 영향을 받는다. 또 자유세계의 국가들이 지지하는 자유, 인권 등 공통의 가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힙합정신 어디로…'시위대 비난' 래퍼들, 홍콩은 中일부
[홍콩 시위 현장]⑤SCMP "힙합 정신 팔아버렸다" … 지난해 초 힙합 규제한 中 정부 옹호하는 꼴

중국 힙합의 상징으로 불리는 랩 밴드 하이어브라더스(Higher Brothers)./사진=하이어브라더스 트위터중국 힙합의 상징으로 불리는 랩 밴드 하이어브라더스(Higher Brothers)./사진=하이어브라더스 트위터
랩은 원래 체제에 반항하는 음악이다. 억압받거나 경찰의 부당한 표적이 되곤 했던 미국의 흑인들이 불만을 표출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 래퍼들로부터는 이러한 저항정신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화권 스타들에 이어 래퍼들마저 홍콩 시위대를 비판하고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나서면서다.

2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어떻게 중국 래퍼들이 홍콩 시위대를 맹비난하고 경찰을 지지하면서 힙합의 신념을 저버렸는가(How Chinese rappers are selling out hip hop by slamming Hong Kong protesters and supporting polic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 래퍼들이 팬들에게 경찰을 응원하고 권력에 굴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엑소의 레이, 중국 배유 유역비 등 중화권 스타들이 SNS에 '하나의 중국'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반항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래퍼들마저 홍콩 시위대에 등을 돌리고 본토쪽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은 홍콩과 대만, 마카오는 중국이며 합법적인 정부는 중국이 유일하다는 원칙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 힙합의 상징으로 꼽히는 하이어브라더스(Higher Brothers), 중국판 쇼미더머니 '랩오브차이나'에서 주목을 받은 래퍼 바바(Vava) 등을 포함해 일곱팀이 넘는 래퍼가 홍콩 시위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바바는 SNS에 "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쳐도 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적힌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유역비, 엑소 레이가 올렸던 게시물과 같은 것이다. 바바는 해당 게시글에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일부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하이어브라더스는 좀더 완곡하게 메시지를 표현했다. 네 명의 멤버 중 세 명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성홍기(중국 국기) 사진과 함께 "중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 "내게 중국 국기(이모티콘)을 보내달라"는 문구를 함께 게시했다.

중국 래퍼 그룹 시디 렙(청두 레볼루션)이 발표한 홍콩 시위대를 디스하는 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합성해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영상을 담았다. /사진=유튜브중국 래퍼 그룹 시디 렙(청두 레볼루션)이 발표한 홍콩 시위대를 디스하는 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합성해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영상을 담았다. /사진=유튜브
래퍼 그룹 시디 렙(CD Rev·Chengdu Revolution)은 홍콩 시위대를 디스하는 트랙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콩의 몰락'이라 이름 붙인 이 노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합성해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발언도 있었다. 해당 노래에는 "14억명의 중국인이 홍콩 경찰 뒤에 굳건히 서 있다", "비행기, 탱크, 인밍해방국이 선전에 모여들어 테러리스트를 쓸어낼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등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SCMP는 "중국 래퍼들이 옹호하고 있는 체제는 지난해 초 중국 힙합을 금지했던 바로 그 체제"고 지적했다. 중국 미디어 검열당국인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은 지난해 1월 중국 방송국에 "힙합 문화, 하위문화, 퇴폐 문화를 묘사하는 문신 있는 가수를 출연시키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SCMP는 "온몸에 문신을 하고, 퇴폐 문화를 암시하는 밴드 이름에, 미국 힙합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따온 하이어브라더스 같은 래퍼들이 갑자기 왜 애국심을 고취하게 된 것일까"하며 이들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놀라운 점은 하이어브라더스는 2017년 클라켄플랩 페스티벌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홍콩 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SCMP는 "이들의 게시물은 많은 홍콩 팬들을 놀래켰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 래퍼들은 정부를 지지할 것을 선언하며 힙합 정신을 팔아버렸다"며 "(힙합이 아니라) 다른 장르로 봐야할 정도"라고 이들의 이중적 행보를 비판했다.

강민수 기자

'2008년 위기' 이후 최악…몸살 앓는 홍콩 경제
[홍콩 시위 현장] ⑥미중 무역전쟁에 대규모 시위 겹쳐…주가 급락으로 시총 수십조원 증발, 올해 경제성장률 0%대 그칠 우려…전문가 "금융시스템은 굳건" 자신감

지난 24일(현지시간) 바라본 홍콩항 모습. 세계 각국에서 온 컨테이너와 그것을 옮기기 위한 크레인으로 빼곡하다. /사진=유희석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바라본 홍콩항 모습. 세계 각국에서 온 컨테이너와 그것을 옮기기 위한 크레인으로 빼곡하다. /사진=유희석 기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도시 홍콩이 경기침체 위험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12주째 이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내수까지 얼어붙었다. 중국 정부는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 선전 지역에 무장경찰을 대거 배치하는 등 홍콩을 정치·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물론 시위가 다시 과격해지고 중국의 무력개입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제2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세계 각국은 여전히 홍콩을 주시하고 있다.

◇두 달간 72조원 증발한 홍콩 증시=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일 이후 10% 가까이 급락했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이다. 이 기간 홍콩 증시 시가총액은 600억달러(약 72조원)가 증발했다. 홍콩 항셍지수 포함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지난해보다 평균 19%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홍콩 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한 데다,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약'(송환법) 체결을 막으려는 시위가 수 주째 계속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무역과 금융 시장이 어려운데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부동산부터 유통, 여행, 항공, 소매 등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았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전기 대비 0.4% 줄었으며, 3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망치 GDP 성장률 전망치는 0.6% 정도로 지난해 3%에서 크게 후퇴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 약세도 홍콩 경제에 불리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홍콩 상장사 매출의 평균 64%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며, 홍콩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홍콩 기업 매출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7위안'선을 넘어섰으며, 이후로도 계속 오르고 있다.

투자회사 앰버힐의 잭슨 웡 이사는 "홍콩 기업 실적이 언제 좋아질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실적이 좋아지려면 우선 홍콩 정치 환경이 안정돼야 하고, 무역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샤티센트럴 지역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불매운동 중인 시위대. /사진=유희석 기자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샤티센트럴 지역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불매운동 중인 시위대. /사진=유희석 기자


◇시위보단 무역전쟁이 문제=홍콩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시위가 내수를 위축시킨 측면은 있지만, 그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홍콩지사의 토미 우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치적 간섭과 집값 급등, 사회적 유동성(신분 상승 등의 기회) 부족으로 말미암은 시위로 부동산, 여행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홍콩 경제는 이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침체로 악화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콩 경제는 2014년 우산혁명 때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면서 "당시에는 홍콩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고, 내수도 침체하지 않았다"고 했다.

ING은행 홍콩지사의 아이리스 팡 연구원은 홍콩 경제와 민주화 시위를 연결짓는 것에 반대했다. 시위가 홍콩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팡 연구원은 "홍콩 시위가 송환법과 젊은 층의 경제적 불만 때문에 일어났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시위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고,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홍콩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 키울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우 이코노미스트는 "시위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일부 폭력적인 장면으로 투자자가 홍콩에 투자할 때 더 신중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언제든 자유롭게 미국 달러로 바꿀 수 있고, 자본 이동에 제한이 없는 홍콩 자본시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을 선전보다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팡 연구원도 "선전이 상하이는 대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홍콩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희석 기자

홍콩내 韓금융사 "타격 있지만 현재는 안도"
[홍콩 시위 현장]⑦"지난주 대규모 충돌 때에는 홍콩 철수하는 컨틴전시 플랜도 고려"

23일 홍콩에서 한 여성이 '일국양제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유희석23일 홍콩에서 한 여성이 '일국양제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유희석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에는 국내 금융사들도 다수 진출해있다. 이들은 시위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시위로 인해 보이지 않는 부분 등에서 타격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는 일부 과격파를 제외하면 평화시위 분위기가 안착돼가는 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25일 머니투데이가 홍콩 현지에서 만난 금융인들은 과격시위가 한창일 때에 홍콩에서 법인을 철수하는 방안까지 고민했었다고 했다. 최보성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장은 "글로벌 하우스 HR(인사관리) 부문 얘기를 들어보면 현지 법인에서 다른나라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급증했다고 한다"며 "실제 자산가들 역시 대만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의 홍콩 법인장 역시 "지난주만 해도 과격시위로 인해 중국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현지에 진출한 회사들은 사실상 '비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의 대안으로 싱가포르 등이 실제로 언급되기도 했다"며 "어디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홍콩에서 철수해 다른 거점으로 이동하는 비즈니스 컨틴전시(비상) 플랜을 고려한 금융사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진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손실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최 법인장은 가시적인 손실은 아직까진 없었다면서도 "기존에는 홍콩에서 한국 기업들이 찾아와 IPO(기업공개)를 위한 로드쇼 등을 했었는데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최근 몇건 취소됐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투자자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IPO자체를 취소하는 등 시위로 인한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MT리포트]3달째 "노 차이나"  홍콩의 미래 시나리오 3
실제로 홍콩의 반중국 시위가 격화하면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7월 한달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수는 15곳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 역시 17억달러로 57% 감소했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처음 발생했던 지난 6월 이후 3개 기업이 111억달러 규모의 IPO 계획을 연기했다.

다만 가장 큰 우려였던 중국의 개입은 가능성이 적어진 만큼 현지 법인의 실적 등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 관계자는 "홍콩정부가 세금혜택 등 24억달러(약 2조9064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분위기도 많이 변하고 있다"며 "시위는 홍콩의 펀더멘탈에 크게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성 기자

"홍콩 증시, 시위보다는 대외환경 영향"…ELS는 어떻게
[홍콩 시위 현장]⑧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ELS 투자자들 불안, 손실구간까지는 멀었지만…

[MT리포트]3달째 "노 차이나"  홍콩의 미래 시나리오 3
홍콩 시위가 12주 넘게 이어지자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H지수가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급락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 현지에서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손실 구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마저 계속 확대되고 있어 H지수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 상품 중 약 67%는 H지수를 기초자산(중복 합산)으로 삼고 있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7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원에 달한다.

ELS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국내 ELS 상품 대부분의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은 발행 시점 지수 대비 35~50%가량 하락한 H지수 7700선 수준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홍콩 증시에서 H지수는 1만194.74로 마감했다. 현 시점에서 30% 이상의 급락이 이뤄져야 국내 ELS투자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이때문에 증권업계는 아직까지 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손실을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30%가까운 지수 급락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위대가 지수에 영향을 우려만큼 크게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인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에 우려를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최근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 등 5078개 품목, 750억달러(약 90조원) 어치에 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관세는 9월1일과 12월15일로 나눠서 발효된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 약 3000억달러 어치에 추가관세를 발효하는 시점과 같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2500억달러 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월1일부터 현재의 25%에서 3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30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도 당초 예정됐던 10%에서 15%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최보성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장은 "홍콩 증시는 시위보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에 영향을 더 받는다"며 "홍콩 지수가 지난 4월 고점 대비 하락한 것은 시위보다 대외환경 탓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홍콩에서는 경기 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학과 교수들은 내년 홍콩의 월세가 2%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6월 조사에서 내년 홍콩의 월세가 3%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올 2분기 홍콩 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성장에 그쳐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분기별 성장률을 보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입장에서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홍콩 및 중국 경제마저 흔들리는 악재를 맞이할 경우에는 경기 둔화 폭 확대는 물론 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홍콩달러화와 위안화 가치 추가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원화 가치 역시 동반 급락할 여지가 높다"고 밝혔다.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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