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채동욱 그 이상?" 조국 불안은 왜 국민의 몫인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9.09.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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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시(野視視)][the300] 대한민국 제66대 법무부 장관, '조국의 의미'

편집자주 야(野)의 시각에서 봅니다. 생산적인 비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민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소식을 담겠습니다. 가능한 재미있게 좀더 의미있게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정부조직법 제32조)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법치국가에서 법무를 관장하는 장관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중요성과 별개로 철옹성이었다. 제66대 조국 장관 이전에 역대 법무부 장관 57명 중 45명(79%)이 검사 출신이다. 이중 검찰총장을 거친 장관도 17명이나 된다.



판사 출신 6명, 기타 법조인 4명(5.16 군사정변 직후 군인 출신 법무부 장관 2명 포함)을 빼면 비법조인은 연세대 교수였던 직전 박상기 장관과 언론인 출신 김준연 장관(1950~51년 재임) 두 명뿐이었다.

오랜 숙제인 검찰 개혁요구와 맞물려 법무부 장관 자리도 변화를 요구받았다. 혁신을 내세운 정권마다 법무부 장관만큼은 각별한 공을 들였다.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는 지역 기득권부터 흔들었다. 집권 후 내리 세 번 연속 '호남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임기 중 7명의 법무부 장관 가운데 5명이 호남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사상 첫 '여성 법무부 장관 강금실' 카드를 썼다. 현재까지 여성 법무부 장관은 단 한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까지 호남 출신에게 법무부 장관을 맡겼다. 촛불 혁명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건 문재인 정부는 아예 비법조인을 법무부 장관에 계속 기용하고 있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도 문제가 생기는 게 인사다. 이른바 '충성메모' 파문으로 임명 43시간 만에 물러난 안동수 제50대 법무부 장관(2001년)은 역대 최단명 장관의 오명을 썼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목숨바쳐 충성" "정권 재창출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적은 취임사 초안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딸의 이화여대 편법입학 논란으로 열흘 만에 장관직에서 내려온 박희태 제42대 법무부 장관(1993년)은 2위다. 오랜 군사독재를 끝내고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권이 내세운 첫 법무부 장관도 '불법'이 아닌 '편법' 논란에 허무하게 낙마했다.


3위는 김태정 제48대 장관(1999년)이었다. 이른바 '옷로비' 사건에 휘말려 보름 만에 장관직을 떠났다.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옷로비 사건은 청문회까지 거쳤지만 확인된 건 '앙드레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것'이란 비아냥을 받았다. 김태정 전 장관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관건은 국민 여론이었다. 문재인 정부 '낙마 1호'의 불명예를 안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허위 혼인신고' 논란에 여론이 돌아섰다.

조국 장관은 추석 명절 민심의 최대 소재다. 찬성과 반대로 나라가 갈렸다. 검찰 수사 결과,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 등 여론이 출렁일 요소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사람들은 2005년 천정배 장관의 사상 최초 수사지휘권 발동, 2013년 황교안 장관과 채동욱 총장의 갈등보다 더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장관 취임 직후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대검찰청 사무국장 인사가 뒤집어졌다는 소식은 이같은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온갖 논란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물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의미는 실제로 크다. 역대 세 번째 비법조인 장관, 첫 86세대(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법무부 장관이자 사상 최초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의 법무부 장관이다.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모호한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 찬반은 진영을 나누는 주요 기준이다. 소위 진보세력들로서는 상징적 존재인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것 그 자체로 개혁의 완성이자 시작이다. '지금 아니면 검찰 개혁은 영원히 못한다'는 절박함은 확신을 더한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하다. 최순실 사태 때 나왔던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이 그대로 남아서다. 조국 장관은 이달 2일 열렸던 초유의 11시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부끄러움을 깊이 간직하겠다"고 했지만 본인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연일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의혹과 폭로가 쏟아지는데 국민은 민망하다.

사법행정과 범죄수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언제 정면충돌할지가 관심사인 마당이다. 왜 불안함은 국민의 몫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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