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바라본 홍콩항 모습. 세계 각국에서 온 컨테이너와 그것을 옮기기 위한 크레인으로 빼곡하다. /사진=유희석 기자
◇두 달간 72조원 증발한 홍콩 증시=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일 이후 10% 가까이 급락했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이다. 이 기간 홍콩 증시 시가총액은 600억달러(약 72조원)가 증발했다. 홍콩 항셍지수 포함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은 지난해보다 평균 19%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 약세도 홍콩 경제에 불리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홍콩 상장사 매출의 평균 64%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며, 홍콩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홍콩 기업 매출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7위안'선을 넘어섰으며, 이후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샤티센트럴 지역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불매운동 중인 시위대. /사진=유희석 기자
◇시위보단 무역전쟁이 문제=홍콩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시위가 내수를 위축시킨 측면은 있지만, 그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홍콩지사의 토미 우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치적 간섭과 집값 급등, 사회적 유동성(신분 상승 등의 기회) 부족으로 말미암은 시위로 부동산, 여행 등 내수 관련 업종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홍콩 경제는 이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침체로 악화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콩 경제는 2014년 우산혁명 때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면서 "당시에는 홍콩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았고, 내수도 침체하지 않았다"고 했다.
ING은행 홍콩지사의 아이리스 팡 연구원은 홍콩 경제와 민주화 시위를 연결짓는 것에 반대했다. 시위가 홍콩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팡 연구원은 "홍콩 시위가 송환법과 젊은 층의 경제적 불만 때문에 일어났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시위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고,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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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홍콩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 키울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우 이코노미스트는 "시위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일부 폭력적인 장면으로 투자자가 홍콩에 투자할 때 더 신중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언제든 자유롭게 미국 달러로 바꿀 수 있고, 자본 이동에 제한이 없는 홍콩 자본시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을 선전보다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팡 연구원도 "선전이 상하이는 대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홍콩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