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던 시진핑 '적'(enemy)이라 부른 트럼프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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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뉴욕브리핑] 트럼프 "파월 의장과 시진핑 주석 중 누가 더 큰 적이냐"…中, 관세 보복에 美 재반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가운데 누가 우리의 더 큰 적(enemy)이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이날 연설에서 향후 금리인하를 예고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비난하기 위해 올린 글이지만, 현지 언론은 파월 의장이 아닌 시 주석 관련 언급에 주목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그동안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대해 '적'이라는 새로운 칭호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협상 상대가 아닌 꺾어야 할 적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의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미중 양국은 관세를 무기로 난타전을 벌였다. 중국의 보복에 미국의 재반격이 뒤따랐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 등 5078개 품목, 750억달러(약 90조원) 어치에 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관세는 9월1일과 12월15일로 나눠서 발효된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 약 3000억달러 어치에 추가관세를 발효하는 시점과 같다.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에 대한 보복인 동시에 대미 무역협상에서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는 아르헨티나와 일본에서 미중 양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무역전쟁 휴전)을 위반한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대응해 다자 무역체제와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격을 미국은 즉시 되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2500억달러 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월1일부터 현재의 25%에서 3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300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도 당초 예정됐던 10%에서 15%로 인상한다고 예고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슬프게도 과거 행정부는 중국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이 이뤄지지 않은 채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미국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말았다"며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의 관세전쟁 격화로 글로벌 경제는 더욱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당초 시장은 최고 관세율 25%를 기준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해왔는데, 최고 관세율이 30%로 높아질 경우 그 시나리오는 더욱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양국이 상대방 국가의 모든 상품에 관세 25%를 부과할 경우 오는 2021년 미국과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각각 0.5%, 0.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 경우 글로벌 GDP는 0.5% 감소가 예상됐다.

무역전쟁 확대에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23.34포인트(2.37%) 내린 2만5628.9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75.84포인트(2.59%) 하락한 2847.1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39.62포인트(3.00%)나 떨어진 7751.77에 마감했다.

파월 의장이 시장에 안긴 실망감도 증시 급락에 한몫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 및 경제학자들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는 현재 좋은 위치에 있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가까워졌다"며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암시는 없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며 "기업 투자와 제조업은 약세를 보였지만, 탄탄한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은 소비 활황을 이끌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온건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무역전쟁이 기업들의 투자와 자신감을 방해하고 글로벌 성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안내하는 최근의 선례는 없다"며 "통화정책이 글로벌 무역에 대한 고정적인 규정집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1990년대에는 금리인하가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적이 있다"며 "연준은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일 대폭 금리인하를 촉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트위터를 통해 "늘 그래왔듯 연준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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