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불신' 불 지핀 조국 딸 논란…"폐지·필요" 찬반 여전

뉴스1 제공 2019.08.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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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기득권 전형 사실로…불공정·불투명 학종 폐지해야"
"교육적 제도 폐기 안 돼…수능, 시대적 흐름에도 안 맞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뒤 승강기에 타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뒤 승강기에 타고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수그러들었던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불공정 논란이 1년 만에 다시 불 붙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의 대입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을 토대로 각종 입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교육계에서는 불공정한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해 입시 부정 우려를 해소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학생부종합전형이 이미 대폭 개선돼 불공정 여지가 적고 교육적 가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씨는 2007~2009년 한영외고 재학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해외 학회 참여 이력, 대한물리학회 수상 경력 등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1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제전형) 지원 때 각종 이력을 활용했고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합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정입학 논란이 제기됐고 급기야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성 문제로도 번졌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판적인 교육계 인사들은 전형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정성평가인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지금도 일부 기득권층 자녀들은 실력이 아닌 부모의 남다른 지원과 잠재력·인성·발전가능성 등 불분명한 기준에 따라 실력 이상의 대학 수준에 들어가는 게 현실"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이 존재하는 한 조씨 사례와 같은 일부 기득권층의 입시 악용을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은 조 후보자의 '불법은 없었다'는 해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합법적이라면 정당한 것으로 위장될 수 있는 게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 다수가 수능 위주 정시전형의 대폭 확대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는데 정부는 반대로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수시 비중의 현상 유지를 택하는 비민주적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민주적 정책 결정 차원에서 수능 위주 정시전형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이번 사태의 문제는 일반 학생·학부모보다 입시 정보에 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런 전형(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조 후보자 딸의 대입 과정이 명백한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면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몰고가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입학사정관이 수많은 학생들의 서류를 물리적으로 세심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점, 교수 등 기득권층이 인맥을 활용해 입시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수능 위주 정시전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며 "지금 언론 등이 조 후보자 딸 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처럼 교육부도 강도 높은 대입 관련 감사를 한다면 부정행위는 뿌리 뽑히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개선 방향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의 가사를 일부 인용해 여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간접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23일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의 가사를 일부 인용해 여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간접 비판한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19.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이제 10여년 된 학생부종합전형을 사람으로 치자면 걸음마를 떼고 성장해 나가는 어린이"라며 "그런데 이 어린이가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다고 해서 외면하고 다른 어린이에게 눈을 돌릴 것인가"라며 운을 뗐다.

전 소장은 "일부 특권층의 입시 관련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서 점점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좀 더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또 "입학사정관제라는 용어를 썼던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초기에는 제도 정비가 안 됐기 때문에 (일부 특권층의) 잘못된 사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학교 안과 교육과정 내에서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은 금지하고 있으며 대학의 선발 과정 역시 그 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도 "학생부종합전형의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4차산업혁명시대 등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고 창의력 등 미래역량을 강화하는데 부합하는 평가 방식"이라고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신 위원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축소하자는 얘기는 결국 선다형의 수능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수능 확대를 통해 얻게 될 공정성 확보라는 효용과 학생부종합전형의 폐지·축소에 따른 교육적 손해를 비교해 본다면 수능 확대 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 유지가 더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국내외 기업에서도 대학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과 비슷한 형태로 신입사원 최종 선발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선다형 지필평가 형태가 더 나은 인재 선발방식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씨의 대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찬성 측에서도 비판했다. 전 소장은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 후보자 딸의 입시 준비 과정이 위법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을 위해 대학이 선발기준과 결과를 투명히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찬반 양측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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