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얼굴" 日언론이 분석한 文대통령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8.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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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당혹·충격
니혼게이자이 "일본에 대해 2개의 얼굴"
마이니치 "사태 책임 일부는 아베정권에"

/사진=AFP/사진=AFP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으로 일본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가운데 일본언론들은 이같은 '초강수'를 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나섰다. 빌미는 아베 정권이 제공했다는 자성론에서부터 2020년 대한민국 총선을 노린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다.



23일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미네기시 히로시 편집위원은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는 지킬과 하이드'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2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며 "8·15 광복절 연설은 반일감정을 쓸데없이 선동하지 않았지만 대일 외교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2일 결정한 지소미아 파기가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미네기시 위원은 자신이 2018년 3월 서울에서 주재하던 시절 문 대통령을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웃는 얼굴을 잃지 않고 신사적 행동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놀라운 것은 문 대통령의 변신 속도"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 역사문제가 생기자 운동권을 거쳐 인권변호사를 택했던 혁신 정치인의 맨얼굴로 돌아가 일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며 "'국가원수'와 '운동가'로 말해지는 2개의 얼굴은 자주 바뀐다"고 말했다.

일본이 느끼기에 문 대통령의 얼굴이 자주 바뀌는 것은 애초에 문 대통령에 있어 일본과 한일관계의 존재가 작고 가볍기 때문일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미네기시 위원은 "문 대통령은 반일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이웃나라인 일본을 대하는 방식에 확고한 철학이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문 대통령의 세계관은 한반도를 축으로 돌고 있고 일본은 그 톱니바퀴 하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고도 말했다.


일본 방송 NNN(니폰뉴스네트워크)는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이 톤다운하고 있었는데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내린 것은 왜인가'에 대해 다루면서 "바로 그 문 대통령의 (톤다운된) 연설도 판단의 배경에 있었던 것 같다"며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의미있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 일본 측이 공식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의 다카하시 고스케 도쿄 특파원은 "북미 및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한국에 일본의 정치·안보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한일 이반을 가속화한다"며 "상대적으로 힘이 쇠퇴하고 있는 일본을 경시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일 양국 갈등이 안보문제로까지 불똥이 튄 데 대해 아베 정권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을 통해 "지소미아 파기로 한일 갈등은 더욱 고조될 수도 있고 한미 동맹에도 그림자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의 일부분은 아베 정권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제 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서 불성실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외교문제와 경제정책을 연계한 것은 부적절했고 한국 측 강한 반발은 예상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비해 산케이신문은 이번 정권이 2020년에 있을 대한민국 총선을 의식했을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산케이는 "지소미아 폐기 결정은 정권 지지층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3년간 정권 운영의 심판이 되는 총선을 내년 봄에 앞두고 있어 대일 강경 조치를 요구하는 좌파층 의향을 무시할 수 없단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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