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수의 땅talk]50조 토지보상금, '불의 고리' 재연되나

머니투데이 신태수 지존 대표 2019.08.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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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종사자 많아 대토보상 수요↓… 보상금 부동산시장 재유입 억제 제한적

신태수 지존 대표/사진= 지존신태수 지존 대표/사진= 지존


토지보상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수도권에서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기 시작한다.

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지정된 성남복정1·2공공주택지구, 의왕월암 공공주택지구 등이 감정평가를 마무리하고 오는 10월부터 줄줄이 토지보상금 지급을 시작한다.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도 최소 40조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내년까지 수도권에서 토지보상이 예정된 사업지구는 공공주택지구만 해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신도시를 비롯해 모두 32곳에 달한다. 이들 사업지구 면적은 37.45㎢로 분당신도시 면적(19.6㎢)의 2배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과천주암 지구, 고양, 김포. 광명 등 산업단지, 도시개발 사업지구에서도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이에 내년에 풀리는 40조원의 토지보상금은 역대 정부 최고치였던 2009년의 34조8554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로 인한 유동성이다. 2006년 토지보상금의 37.8%인 11조3000억원 정도가 다시 부동산에 재투자된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투자처를 찾아 집값·땅값을 자극한다는 것은 경험상 주지의 사실이다.

설상가상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 전쟁이라는 거시경제의 불안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내수부진 등으로 경기는 침체됐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대토보상을 확대하고 리츠를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대토보상이 성공적이었던 수서 공공주택지구와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와 달리 앞으로 토지보상이 예정된 사업지구는 일부 사업 지구를 제외하고는 영농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토지보상금을 받아 사업지구와 인접한 곳에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상반기 서울·경기 등 수도권 땅값이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앞으로 토지 보상금을 받게 될 피수용자들의 입도선매(立稻先賣)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대토보상을 확대하고 리츠를 도입한다 해도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재유입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 정책 등 정부의 고강도 수요 억제책으로 현재 집값이 잠잠해진 상태다. 하지만 `똘똘한 한 채` 수요 등이 여전한 상태에서 대규모 토지보 상금이 투자처를 찾아 수도권지역의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1000조원에 달하는 단기 부동자금이 추격매수를 이어간다면 이른바 ‘불의 고리’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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