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연준…'파월 리스크'에 떠는 증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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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파월 연준 의장 23일 '젝슨홀' 연설 주목…"연준, 금리동결시 시장 반응 테스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공개 연설을 앞두고 월가는 기대 대신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시장을 만족시킬 만큼의 '비둘기'(통화완화주의)적 메시지를 내놓을 공산이 크지 않아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위원 10명 가운데 2명이 금리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파월 의장의 행보로 볼 때 그가 쪼개진 FOMC의 견해를 한데 묶으면서도 시장을 안심시킬 표현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시장이 우려하는 이유다.



◇파월 연준 의장 23일 '젝슨홀' 연설 주목

23일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있을 파월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뉴욕증시는 관망세를 보였다.



22일(현지시간)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9.51포인트(0.19%) 오른 2만6252.24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48포인트(0.05%) 내린 2922.9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28.82포인트(0.36%) 하락한 7991.39에 마감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10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장단기 금리가 또 한번 역전된 게 투심을 짓눌렀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는 49.9로,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PMI의 50은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초 시장은 50.3을 예상했다. 전월 제조업 PMI는 50.4였다.


서비스 경기도 둔화됐다. 이달 미국의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0.9로, 전월 확정치 53.0보다 크게 떨어졌다. 최근 3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52.6도 밑돌았다. IHS 마킷의 팀 무어 이코노미스트는 "3/4분기에도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경기의 하락 반전 소식에 장중 한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77%까지 떨어지며 2년물 금리 1.58%를 밑돌았다. 지난 14일과 전날에 이어 올들어 3번째 장단기 금리역전이다.

이후 10년물 금리는 1.613%, 2년물 금리는 1.612% 수준으로 다소 안정됐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를 하회하는 장단기 금리역전은 통상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가시방석에 앉아있다"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탓에 우린 지금 벼랑 끝에 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릴 심포지엄에서 추가 금리인하 여부 등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현지시간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미국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의 마크 카바나 단기금리전략부문장은 "파월 의장이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FOMC가 금리인하파와 금리동결파로 쪼개진 상황에서 그가 추가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를 선뜻 약속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시장이 또 다시 실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공개적으로 금리인하 반대론을 폈다. 조지 총재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 생각엔 금리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조지 총재는 지난달말 FOMC에서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과 함께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진 2명 가운데 한명이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전략가는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FOMC 위원의 공개 발언은 연준이 금리동결을 결정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기 위한 테스트 목적"이라고 말했다.

◇"연준, 금리동결시 시장 반응 테스트"

전날 공개된 7월말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은 당시 결정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통화정책의 '재보정'(recalibration) 또는 '중간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일 뿐 일련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말한대로다. 회의에서 0.5%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2명 뿐이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게이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최근 금리인하가 '중간사이클 조정'일 뿐이란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추가 금리인하가 2∼3차례가 아닌 그 이상일 것이란 뜻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연내 50bp 이상의 추가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올 12월까지 연준이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8.0%, 75bp 내릴 확률을 30.6% 반영하고 있다.

다음달 FOMC에서 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은 93.5%, 동결될 가능성은 6.5% 각각 반영돼 있다. 올해 FOMC 회의는 9월 17∼18일, 10월 29∼30일, 12월 10∼11일 등 3차례가 남아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25%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사실을 거론하며 재차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독일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제시한 30년 만기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연준은 싸우기 싫으면 집에나 가라"고 밝혔다. 전날 독일 연방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3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 달러, 노 인플레이션"이라며 "그들(연준)은 경쟁 상대국보다 우리를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연준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를 대폭 인하해 달러화 가치를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좋다. 연준이 이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내가) 받는 질문은 '우리는 왜 독일이나 다른 나라보다 이자를 더 많이 지불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미국이 단순한 승리가 아닌 큰 승리를 얻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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