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초강수 둔 결정적 이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8.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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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광복절 최후통첩'에도 日 요지부동... 굳건한 한미동맹 자신감

【오사카(일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9.06.28.     pak7130@newsis.com【오사카(일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9.06.28.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8·15 경축사 등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의 변화가 없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7월말까지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잡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를 제외한 이후에도 지소미아의 틀을 연장하되, 군사정보를 교류하지 않는 일종의 절충안을 검토했다.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협력'과 '대화'를 통한 한일 갈등의 무게를 뒀다.

하지만 거듭된 대화 제안에 일본이 응답을 하지 않자 기류가 급변했다. 일본은 6월 오사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했고, 지난달 두 차례 파견된 우리 측 특사와의 접촉에서도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스탠드스틸'(현상유지 속 협상) 제안 역시 일본이 받지 않았다.



"일본이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도 일본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까지 '빈 손'으로 끝나자 미련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매우 의미있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일본 측에서는 사실상 반응이 없었다"며 "공개적인 일본 주요 인사들의 발언, 외교 경로를 통해 파악한 내용 등으로 볼 때 사실상 반응이 없었다고 봤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한일관계의 신뢰 상실과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보복 정책을 취했다. 역사 문제를 현재의 경제보복 문제로 전환시켰다"며 "상호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우호 협력을 근간으로 유지되는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아무런 근거와 설명없이 우리를 제외시켰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전위시킨 상황에서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 자체가 일본에 협상을 촉구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지소미아 종료의 재검토 조건으로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 철회 △우호 협력관계 회복을 걸었다. 지소미아 자체가 일본이 원해서 체결된 측면이 강하다. 2016년 11월 체결 이후 한일 간 정보교류 횟수는 총 29회였는데,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서는 일본 측이 정보교류를 주로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한미동맹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상황이 악화되거나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 없다면 종료는 불가피하다고 했다"며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 정부의 정보 자산과 한미 연합 자산을 통해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면밀히 대비 가능하고 감시가 가능하다"며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간의 협력 및 동맹의 기반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고 힘을 줬다.

지소미아에 부정적인 문 대통령의 기본적인 시각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지소미아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독도에 대해 계속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명분도, 실리도, 국민의 자존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실리적 측면을 함께 검토했다"며 "어려울때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칙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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