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일 비메모리 매출 '25조 격차'…日 더 멀어졌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8.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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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신화'에 가린 한일 반도체 전쟁 30여년사…지난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매출, 일본의 ⅓ 그쳐

[단독]한일 비메모리 매출 '25조 격차'…日 더 멀어졌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선 일본에 크게 뒤떨어진데다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반도체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연간 기준 121억4400만달러(약 14조3300억원)로 세계 시장점유율 3.8%에 그쳤다. 일본(약 39조3700억원·10.4%)의 ⅓ 수준으로 매출 차이가 25조원을 넘는다.

한일 양국의 시스템반도체 매출 격차는 △2015년 21조3500억원 △2016년 22조2700억원 △2017년 25조5300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 1분기에도 매출 격차가 약 6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5조7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시스템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처럼 연산과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반도체 시장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로 양분하면 시스템반도체 매출이 70%로 메모리의 2배나 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내건 배경이 여기에 있다. 메모리반도체 1위만으로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16~2017년 메모리반도체시장 초호황에 힘입어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로 올라섰다가 올해 1분기 왕좌를 다시 인텔에 내준 것도 이런 시장구조 때문이다.


일본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이미지센서(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소니의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추격에 나섰지만 지난해 점유율 19.8%에 불과하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2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방콕 회담 직전 취재진에게 다가가 카메라 상표를 물으며 '도발'을 할 수 있었던 게 결국 소니 덕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메모리 신화에 가려 부각되지 않지만 한일 양국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반도체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부터 수출규제를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가운데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공정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를 두고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전략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소재는 신에츠케미칼, JSR, 도쿄오카(TOK) 등 일본업체가 독점 생산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갈등을 되짚어보면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역시 향후 반도체사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미 주도권을 내준 메모리 대신 시스템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IHS마킷은 세계 메모리시장 규모가 올해 1758억5000만달러에서 내년 1753억3000만달러로 소폭 줄어드는 반면 같은 기간 비메모리 규모는 3328억7000만달러에서 3435억9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이 가전제품에 적용되고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시스템반도체 성장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에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산업 전략 측면에서 일본의 노림수가 무엇인지도 살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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