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이 고민하는 가족 이야기

임현경, 권나연, 김리은 ize 기자 2019.08.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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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이 고민하는 가족 이야기


‘우리집’ 보세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임현경
: 12살 하나(김나연)는 사사건건 언성을 높이며 부딪치는 엄마아빠와 방문을 걸어 잠그기 바쁜 중2 오빠 찬(안지호) 사이에서 매일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단짝이자 동네 이웃인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까지 멀리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나는 자신의 집과 자매네 집 모두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우리들’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친구 관계를 바라봤던 윤가은 감독은 ‘우리집’에서 그 범위를 가족이라는 관계로 확장한다. ‘우리집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 푸념하던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한다. 그들만의 집을 찾아나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호흡에는 생기가 넘친다. 뜨거운 여름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의 푸르름이 어른이 되느라 잊었던 과거의 미묘한 감정과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광대들 풍문조작단’ 보세
조진웅, 박희순, 고창석, 손현주
권나연
: 조카 단종을 죽이고 즉위한 세조(박희순)의 집권 말기, 흔들리는 왕권의 정통성을 입증하기 위해 조선 팔도 최고의 광대패에게 왕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실제 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의 뒷배경에 사람이 손수 만들어낸 특수장치와 희곡적인 무대연출이 자리하고 있다는 현대적인 상상력을 가미했다. 허구와 역사가 과장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말만으로 천냥 빚을 갚는 연출감독 덕호(조진웅)와 천재 발명가 홍칠(고창석), 음향가 무녀 근덕(김슬기), 미술감독 진상(윤박), 스턴트맨 팔풍(김민석) 등 다섯 광대의 익살스러운 개성에서 나오는 코미디와 왕을 넘어선 최고의 권력을 꿈꾸는 한명회(손현주)와의 갈등에서 나오는 서스펜스가 균형감 있게 다루어진다.



‘커런트 워’ 글쎄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섀넌, 니콜라스 홀트, 톰 홀랜드
김리은
: 명성 높은 발명왕 에디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은 협상에 탁월한 비서 인설(톰 홀랜드)과 함께 직류 전기로 전기 사업에 착수한다. 직류 전기에서 거리와 전력이 반비례한다는 문제점이 발견되자, 천재 사업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는 교류 전기의 효용성을 설파하며 ‘전기 전쟁’에 뛰어든다. 실화를 소재로 하지만 역사 자체보다는 전기로 미래를 차지하려는 인물들의 욕망을 통찰한다. 수많은 발명품으로 인류의 미래를 이끌었던 19세기를 시각화하는 미장센 속에서 승리를 위한 쇼맨십과 언론 플레이, 도덕적 갈등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개성이 뚜렷한 네 인물의 명암을 타고난 옷처럼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화면을 장악한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서사가 선택과 집중 없이 병렬적으로 삽입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고, 다소 불친절한 대본과 종종 흐름을 끊는 편집이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흥미로운 소재와 배우들의 존재감이 빛나는 만큼, 108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구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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