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지만 강렬한 경고…장단기 금리 또 역전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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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일주일만에 '장단기 금리역전' 재현…"내년 경기침체, 주식시장엔 아직 반영 안돼"

짧았지만 강렬한 경고…장단기 금리 또 역전


정확하게 일주일 만에 '장단기 금리역전'이 재현됐다. 이번에도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시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공격적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경기침체'는 온다는 경고다.



◇일주일만에 '장단기 금리역전' 재현

21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91%, 2년물 금리는 1.575%로 각각 마감했다. 그러나 장중 한때 두 금리가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연준이 지난달 30~3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한 이날 오후 2시 직후 10년물 금리가 1.547%까지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2년물 금리를 밑돌았다. 지난 14일 한때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경기침체 공포를 몰고 온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채권 가운데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졌다면 이는 시장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란 점에서 경기침체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경제학적으로 경기침체는 GDP(국내총생산)가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역성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을 통해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란 사실이 확인된 게 금리역전을 불러왔다. 지난달말 FOMC에서 연준은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은 이 금리인하가 통화정책의 '재보정'(recalibration) 또는 '중간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일 뿐 일련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말한대로다. 또 회의에서 0.5%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2명 뿐이었다.

내셔널얼라이언스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채권본부장은 "연준의 고집스러움이 드러났다"며 "국채 금리가 이를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침체, 주식시장엔 아직 반영 안돼"

연준이 경기침체 방지를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의사가 없음이 드러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헤리티지캐피탈의 폴 샤츠 대표는 "완만한 수준의 경기침체가 내년 중 시작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역전 재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강세였다. 소매 업체들의 실적 호조로 미국 소비시장의 건재가 확인되면서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0.29포인트(0.93%) 오른 2만6202.7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3.92포인트(0.82%) 상승한 2924.4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1.65포인트(0.90%) 뛴 8020.21로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소매업체 타깃이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내놓으며 무려 20%나 급등했다. 가정용품 업체 로우스와 주택자재 업체 홈디포도 각각 실적호조를 등에 업고 강세를 보였다. 민간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버팀목이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최고경영자)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더 많이 고용돼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경기침체설을 일축했다.

◇트럼프 "유일한 문제는 연준…파월은 퍼팅 못하는 골퍼"

시장은 오는 23일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보일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게이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중간사이클 조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추가 금리인하가 2∼3차례가 아닌 그 이상일 것이란 뜻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퍼팅을 잘 못하는 골퍼'에 비유하며 큰 폭의 금리인하를 거듭 압박했다. 퍼팅은 골프에서 그린 위의 공을 홀에 집어넣는 마지막 단계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과 파월 의장"이라며 "파월 의장은 퍼팅을 못하는 골퍼 같고, 섬세한 감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파월 의장에게 기대하지 말라"며 "지금까지 그는 잘못했고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보다 금리가 더 낮은 많은 국가와 경쟁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이 큰 폭의 금리인하를 하고 올바른 일을 한다면 미국은 대폭 성장할 것"이라며 "연준은 각성하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설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지금 숫자와 사실은 전혀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미안하지만, 우리의 경제는 아주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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