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출생 시민권 중단, 심각하게 검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8.2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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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주의' 시민권 제도 폐지 시사…"아동 포함된 불법 이민자도 무기한 구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가 사라질 경우 원정출산 뿐 아니라 외국인 부모가 학업 또는 근로를 위해 미국에 머무는 동안 태어난 아이들도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하게 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전용사단체 행사의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생 시민권 제도의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국적을 기준으로 한 속인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와서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이예요'라고 한다"며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10월엔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출생 시민권 제도는 헌법에 근거한 것이란 점에서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한 폐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미국 시민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아동이 포함된 불법 이민자 가족도 기한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케빈 매컬리넌 미 국토안보부(DHS) 장관 대행은 이날 불법 이민자 가족을 법원의 망명 허가 심사 기간에 제한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60일 이내 시행된다.

기존에는 1997년 마련된 '플로레스 합의'에 따라 불법 이민 아동을 20일 이상 구금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올 때 자녀를 데려와 망명 심사가 진행되는 도중 석방되는 바람에 불법 이민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해 각각 다른 기간 동안 구금하는 정책을 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폐기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200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불법 이민자 부모와 격리됐다.

미국소아과협회는 구금이 아동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신체적·감정적으로 여러가지 부정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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