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뉴스1) 이동원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오후 2시35분쯤 회담장 밖으로 나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전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참 어렵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간다”던 것처럼 낯빛이 어둡고 표정은 심각했다.
고노 외상은 반면 대법원의 강제징용 개인 위자료 청구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일 기업(1+1) 출연 기금안’을 토대로 외교적 협의를 진행하자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이밖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전달하고 “현명하게 (처리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고노 외상이 한일 갈등에 따른 재한 일본인의 안전 문제를 언급하자 강 장관은 일본 내 혐한 분위기와 재일 한국인 및 재일교포의 안전 문제로 맞섰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한일 외교장관은 인식차를 그대로 노출했다. 강 장관은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이어 나가야 한다”,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3국 협력의 정치적 기초”라고 거들었다. 고노 외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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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베이징 담판’이 사실상 무위로 끝나면서 출구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소미아의 경우 북핵 협상 재개 국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감안해 연장하는 쪽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다만, 연장하더라도 군사정보 교환을 사실상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도 28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일 외교당국이 대화 채널 유지를 통한 해법찾기엔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상황이 좋지 않지만 위(장관급)에서 (대화) 채널이 복원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도 회담 후 일본 언론과 가진 약식 회견에서 대화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1일(현지시간) 베이징 구베이 타운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