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맞춤형 '빛 레시피'로 글로벌 스마트팜 공략"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19.09.1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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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벤처요람 액셀러레이터-<8>블루포인트파트너스]③윤좌문 쉘파스페이스 대표

편집자주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클라우드서비스 드롭박스, 지불결제서비스 스트라이프.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창업 2~3년 만에 몸값 1조원이 넘는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배출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국내에도 와이콤비네이터처럼 창업자금부터 사무공간, 시제품 개발, 마케팅,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에 '액셀'을 달아주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한국형 혁신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공공·민간부문의 대표 액셀러레이터들을 소개한다.

윤좌문 쉘파스페이스 대표(왼쪽 밑에서 세번째)와 팀원들 /사진제공=쉘파스페이스윤좌문 쉘파스페이스 대표(왼쪽 밑에서 세번째)와 팀원들 /사진제공=쉘파스페이스


"식물 맞춤형 '빛 레시피'로 글로벌 스마트팜 공략"
"아기가 젖을 먹다가 이유식으로 넘어가고 나중엔 밥을 먹는 것처럼 식물도 똑같아요. 성장단계마다 필요한 빛의 파장이 다르죠."

윤좌문 쉘파스페이스 대표(42)는 식물과 광원(光源)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쉘파스페이스는 식물이 특정 성장단계·환경에서 필요한 빛의 파장을 분석하고 이를 시간대별로 구현하는 '맞춤형 가변라이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맞춤형 파장을 '레시피'라고 불렀다. 그는 "식물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빛"이라며 "필요한 파장대로 빛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식물이 자라지 못하거나 키만 크고 열매를 못 맺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쉘파스페이스는 식물별·성장단계별 빛 레시피를 분석하고 이를 구현한다"며 "시설원예는 물론 스마트팜 등 미래농업에 꼭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맞춤형 파장의 방향에 시장도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변라이트를 만드는 업체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표는 "필립스, 오스람 등 해외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국내 대기업도 식물생장용 광원기기를 개발·생산하고 있지만 맞춤형·가변형은 아니다"며 "대부분 범용파장을 사용하는 고정형 광원기기"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식물 맞춤형 가변라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사와 두산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최적화(시스템 엔지니어링)' 경력 덕분이다. 최적화는 특정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 수식화하고 이를 모델화하는 학문이다. 그는 미생물에서 시작해 퓨얼셀,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화를 적용해왔다.

8년의 대기업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2016년이다. 최적화 기술을 이용한 '농업'을 주제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전 세계 해수담수 시장이 2조원 규모인데 우리나라는 딸기 시장만 1조4000억원에 달할만큼 큰 시장"이라며 "농업에는 향후 최적화를 활용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고 농업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쉘파스페이스의 첫 제품은 가정용 인공 식물재배기였다. 하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투자자들로부터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사업시 고객지원·관리 등의 대책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대표는 재배기의 일부인 광원기술을 먼저 사업화하는 방식으로 피봇팅을 결정했다. 윤 대표는 "믿고 따라준 직원들은 물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투자자 등 덕분"이라고 말했다.


쉘파스페이스는 앞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의 농업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도 참여해 바이어·액셀러레이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윤 대표는 "기후는 변하지만 땅을 이동시킬 수는 없는만큼 '스마트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전세계를 대표하는 스마트팜 솔루션 업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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