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인들도 아베에 불만... 한국에 직접 공장 세울수도"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9.08.22 05:00
글자크기

한·중·일 관계전문가 우수근 中 산동대 교수 "아베 총리와 日국민 사이 벌리는 전략 필요"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 인터뷰/사진=안재용 기자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 인터뷰/사진=안재용 기자


"한국에 반도체 소재·부품을 공급하던 일본 기업인들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일본기업들은 제3국으로 우회하거나 한국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거래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조치가 시행된지 한달반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과연 일본기업들 생각은 어떨까. 일본 기업인들의 사정을 잘 아는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를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 교수는 한중일 3국과 미국에서 모두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를 졸업하고 게이오기주쿠대학교(게이오대) 대학원 법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법학 석사, 화둥사범대학교대학원 국제관계·국제법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게이오대 동문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속내를 숨기는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에 기업인들이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아베 신조 총리 때문에 오랜시간 좋은 관계를 유지한 거래처를 잃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우 교수는 전했다.

특히 일본 기업인들 사이에 불만을 넘어 적극적인 움직임이 모색되고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일본 기업인들은 '아베가 우리를 먹여살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지 거래방법을 찾아 함께 일하기가 가장 좋은 한국기업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실제로 제3국을 통해 한국기업에 우회 공급하거나 한국에 직접 투자해 생산, 공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아베 서슬이 퍼러니 가만히 있지만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거지 정치와는 상관 없다'는 게 기업인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설사 기업인이 아베를 지지하더라도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다고도 했다. 우 교수는 "사장이 아베를 지지하더라도 직원들이 있다"며 "일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수출이 막히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내 강한 상명하복(上命下服, 윗사람 명령을 아랫사람이 따름) 문화를 아베 정부가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일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문화, 장점이 있어 아랫사람들이 큰 불만없이 정부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에서도 이번 조치를 준비가 부족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서서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노(No) 아베'다. 일본인과 일본 정부를 갈라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가 한국을 수출규제 목표로 삼은 근본적인 이유도 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교수는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을 제물로 삼은 것"이라며 "일본인들은 아베가 경제는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무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재무장 명분이 약해진 아베가 한국을 목표로 긴장을 조성하려고 하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인만큼 평범한 일본사람들과 아베정부간 사이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