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스라엘 FTA 최종 타결…소·부·장 '극일' 힘 실린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8.21 19:00
글자크기

중동지역 핵심시장 확보 통해 수출시장·수입선 다변화…첨단기술 강국과 협력 통해 미래 핵심기술 확보 기대

문재인 대통령과 루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15/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루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15/사진=뉴스1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됐다. 이스라엘은 첨단 산업기술 '하이테크' 강국이다.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소재·부품·장비 수입선 다변화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엘리 코헨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한-이스라엘 FTA 협상이 타결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협정은 세부 사안에 대한 협의를 거쳐 협정문 법률 검토와 정식 서명, 국회 비준 절차 등을 마치면 정식 발효한다.



양국은 2016년 5월부터 FTA 협상을 개시했다. 약 3년간 6차례 공식 협상을 진행한 끝에 협정문 모든 챕터에 합의했다. 지난달 루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빠르게 마무리됐다.

한국과 이스라엘 간 교역규모는 크지 않다. 지난해 교역액은 27억1900만달러로 한국의 전체 교역국 중 45위 수준이다. 하지만 중동지역 핵심 시장이자 첨단기술 강국인 이스라엘과 교역·기술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FTA의 의미가 크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이스라엘이 아시아 국가와 FTA를 맺는 것은 한국이 처음인 만큼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최근 일본 수출규제 이후 시장 다변화와 대체수입선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상품관세 분야에서 한국은 수입액 중 99.9%, 이스라엘은 100%에 해당하는 상품의 관세를 철폐했다. 한국의 대(對) 이스라엘 수출액 중 약 97.4%에 해당하는 품목 관세율이 발효 즉시 '0%'가 된다. 여기에는 자동차(관세율 7%)와 자동차부품(6~12%), 섬유(6%), 화장품(12%) 등 주력 수출품목이 포함된다. 특히 지난해 이스라엘 자동차 수입시장의 15.5%를 차지한 한국산 자동차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며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도체‧전자‧통신 분야 장비 관련 수입선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입 1위 품목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2위 품목인 전자응용기기에 적용되는 관세가 3년 안에 철폐된다. 민감 분야인 쌀, 고추, 육가공품, 유제품 등 일부 농‧수‧축산 품목은 기존 관세가 유지된다. 이스라엘 관심품목이자 한국에 민감할 수 잇는 자몽(30%), 의료기기(8%)에 대한 관세는 각각 7년, 최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도입해 WTO 서비스협정(GATS) 이상 수준의 개방을 약속했다. 2003년 발효한 한-이스라엘 투자보장협정(BIT)을 대체하는 투자 보호제도도 마련했다. 이스라엘 유통·문화콘텐츠 서비스를 추가로 개방했다. 이스라엘 내 한국 주재원이 받은 고용허가 최초 유효기간을 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현행 63개월인 최대 체류기간도 연장 가능하도록 했다.


규범 분야에서는 단순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도 FTA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외가공 허용 근거규정을 확보했다. 영화·음악 등의 한류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특히 미래 산업분야 원천기술에 강한 이스라엘과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항공 △보건·의약 △가상현실(VR)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인공지능(AI) △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연구인력·정보 교류 등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양국기업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를 지원하는 사업인 '한-이스라엘 산업기술연구개발기금(KOR-IL RDF)'을 연간 400만달러 규모로 지금보다 2배 증액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이번 FTA 타결 선언을 계기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단은 소재‧부품‧장비 협력 양해각서(MOIU)를 체결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연평균 100여건이 넘는 연구결과를 원천기술 특허로 출원하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다. 양국 대표 연구기관 간 MOU 체결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 분야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공급망과 수출망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희 본부장은 "원천기술 보유국인 이스라엘과의 상생형 산업 기술 협력 증진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생산기술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