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택시 합종연횡…'큰돈' 있어야 혁신?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8.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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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중심 신사업 추진 시도… 택시 종속된 정부 정책 '여파'

모빌리티-택시 합종연횡…'큰돈' 있어야 혁신?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택시를 중심으로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정부가 택시 면허에 종속된 택시·모빌리티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택시업계와 협업이 모빌리티 신사업의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 동원력을 갖췄거나 택시 의존적인 업체들만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거나 타거나’… 택시 있어야 모빌리티 사업 가능?=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서울 택시회사 2곳과 인수 계약을 체결,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택시회사 운영을 전담할 특수목적법인 ‘티제이파트너스’도 설립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를 추진 중인 업체는 진화택시와 중일산업이다. 각각 택시면허 90여개, 8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면허 매입을 위해서만 100억원 안팎 금액을 지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타렉스, 카니발 등 11인승 차량을 활용한 대형택시 ‘라이언택시’ 출시 준비도 한창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출시를 위해 법인 및 개인택시 단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VCNC의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 /사진제공=VCNC.VCNC의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 /사진제공=VCNC.
렌터카 기반 이동수단 ‘타다 베이직’ 운영사 VCNC는 준고급 택시 ‘타다 프리미엄’을 협업 모델로 제시한다. 아직은 택시단체들의 거센 반발 탓에 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택시단체들은 여전히 타다 베이직 운영 중단 또는 택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초 현대자동차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은 KST모빌리티도 개인택시조합과 플랫폼 택시 사업 방안을 논의 중이다.

◇“택시 함께 하라”는 정부… 스타트업 “사업하지 말라는 소리”= 모빌리티 업체가 택시와 ‘합종연횡’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재로선 사업 전개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택시 개편안에서 면허 매입 또는 임대를 운송사업의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대중화를 위한 대규모 면허 확보를 위해선 상당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충분한 물량의 면허 매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면허 부족이라는 불확실성에 휘둘릴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제적으로 택시회사 인수를 통해 면허 확보에 나선 이유다.

택시업계 협업 기반으로 이뤄지는 가맹택시, 중개 플랫폼 모델은 운송 사업에 비해 수월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대규모 차량, 기사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고, 현행 법 체계에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체가 사업 주도권을 쥐기 어렵고, 기존 택시의 문제점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렌터카, 자가용 기반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던 스타트업들은 사업 축소 또는 폐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부가 택시와 일부 업체 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장을 제한했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이런 여론을 고려해 국토부는 모빌리티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소속 모빌리티 업체들과 만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소 업체 입장에선 국토부의 개편안 내에서 사업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면허 매입 또는 임대 비용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와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는 승객들의 요금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실무기구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피어59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택시 운송 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플랫폼 서비스인 '웨이고 블루 with 카카오T' 론칭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피어59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택시 운송 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플랫폼 서비스인 '웨이고 블루 with 카카오T' 론칭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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