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효과? 없어요"… 삼청동 상인들의 한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9.08.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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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에 상인들 둥지 옮겨 가회동으로… 건물주 임대료 깎아주기도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1인 1메뉴를 당부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커피숍 매장. /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1인 1메뉴를 당부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커피숍 매장. /사진=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블루보틀 효과요? 없습니다. 주말 장사해서 평일을 버텨야 하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요." (삼청동 H의류매장 주인)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미국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 2호점이 문을 열었지만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앞서 성수동의 블루보틀 1호점이 인스타그램 성지로 떠오르며 방문자가 몰린 것과 달리 삼청동 오픈에 따른 상권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인근 상인들의 반응이다.



실제 평일 오후 방문한 삼청동 커페거리는 유명 수제비집을 비롯한 일부 맛집을 빼고는 한산했다. 총리공관 근처의 1~2층 건물 전체를 임대해 운영하는 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은 매장 내 손님이 4~5명에 그쳤다.

매장 내부엔 임대료 상승에 따라 부득이 손님 '1인당 1개 음료'를 필수적으로 주문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3층의 테라스는 소음, 사생활침해 등 주민 민원으로 운영이 폐쇄됐다. 이 커피점의 보증금은 1억원에 월임대료만 800만원이다.

매장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경복궁 인근이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다고해도 평일엔 장사가 안되고 특히 날이 더워서 방문객 자체가 적었다. 경복궁이 문을 닫는 화요일은 아예 카페 문을 닫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가 입점해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거리 건물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화장품 로드샵 브랜드가 입점해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거리 건물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늘어난 인건비에 기존 냉난방비, 임대료 등을 감당하려면 매출이 늘어도 시원치 않은데 3층 테라스를 폐쇄하면서 매출은 오히려 하향세다.

삼청동 일대 화장품, 의류, 악세서리 등 소매점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는 치솟았으나 상권 다변화와 소비트렌드 변화로 매출이 줄었다.

삼청동문화거리 내 A 의류매장 관계자는 "처형과 인근에 매장 4개를 운영해왔는데 최근에 매장 한 곳을 접기로 했다. 매장이 작은 곳은 그나마 버티는데 규모가 큰 매장은 임대료나 인건비, 냉난방비마저 부담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커피계의 애플'이라길래 블루보틀이 삼청동에 들어오면 성수동처럼 방문객이 늘지않을까 기대했는데 별 영향이 없다. 우리 건물주는 장사가 안되는걸 알고 월세를 10만원 깎아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효과? 없어요"… 삼청동 상인들의 한숨
삼청동 대로변엔 세입자를 찾지 못해 수개월째 1층이 공실로 남아있는 건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로드샵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이 입점해있던 한 건물은 수개월째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삼청동을 떠나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인근 가회동으로 매장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청동이 속한 서울 종로의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3.2%로 전분기의 2.8% 대비 0.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도심의 을지로, 시청, 남대문, 명동 등은 공실률에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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