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출신 바이오 창업자들 연타석 '홈런'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08.26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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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주·이상훈·이병건·이정규 대표 등 대형사 빅딜, 경영마인드 갖추고 창업...대형 기술수출 등 성과 잇따라

왼쪽부터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뉴스1왼쪽부터 김한주 아임뉴런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뉴스1


제도권 대형 제약사에서 빠져나와 바이오벤처 창업대열에 합류하는 이가 늘고 있다. 대형사의 체계적인 R&D(연구·개발) 프로세스와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한 기술수출 경험을 토대로 신출내기 창업자답지 않은 노련미까지 갖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한주 전 유한양행 R&D BD(사업개발)팀 이사가 창업한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이하 아임뉴런)는 창업 2개월여 만에 100억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했다. 김한주 대표는 지난 4월 아임뉴런을 창업했다. 그리고 6월 유한양행과 성균관대 동문 제약인들이 결성한 ‘킹고투자파트너스’로부터 각각 60억원, 40억원의 투자를 받아냈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 시절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길리어드 등 다국적사를 상대로 3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주도하거나 지원했다. 유한양행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그것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뇌질환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김 대표는 “뇌혈관의 물리적 장벽 탓에 뇌에 약물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없어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다면 신약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이중항체 기술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 (22,450원 ▼250 -1.10%) 이상훈 대표는 한화케미칼 출신이다. 2014년 한화케미칼이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바이오사업을 접자 사업부문을 총괄하던 이상훈 박사가 함께 근무한 14명을 이끌고 에이비엘바이오를 차렸다. 2016년 창업했는데 국내외에 1조원대 기술수출을 일궈냈다. 면역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에 특화돼 있다. 오직 ‘기술수출’을 염두에 둔 R&D에 몰두한 게 특징이다.



이병건 대표는 오랜 세월 GC녹십자 대표를 거쳐 종근당 부회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줄기세포 치료제 특화기업인 SCM생명과학으로 옮겼다. 줄기세포는 잠재력 있는 치료제 분야지만 기전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여전히 미흡하다. 당장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라서 글로벌 빅팜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 대표는 “줄기세포는 어떤 원리인지, 어떤 부분에서 위험한지 등에 대한 이론과 결과물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LG화학 출신이다. 2000년 크리스탈지노믹스 공동 창업자로 독립한 뒤 2005년 렉스바이오, 2015년 브릿지바이오를 잇따라 창업했다. 얼마 전 베링거인겔하임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1조5000억원대에 기술수출했다.

바이오벤처 창업자들은 대개 연구원 출신이어서 재무관리나 기술도입, 기술수출 등에 약점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대형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은 연구활동뿐 아니라 각종 협상에서 노련미를 발휘한다. 바이오벤처들에서 터지는 잇단 대형 기술수출이 주로 대형사 출신들에서 비롯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 창업이 많아지는 건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잘 갖춰진 기업에서 R&D와 경영을 함께 경험한 게 창업 후 기업을 이끌어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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