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불법" 맥주팔던 업체, 두 번이나 폐업한 사연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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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스타트업 보고서' 토론회 개최… "국토부 개편안 논의, 모빌리티 수익성 외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산나눔재단·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20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부대행사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안창국 자본시장위원회 국장, 김현종 벨루가 이사, 이태희 벅시 대표.(왼쪽부터) /사진=아산나눔재단.코리아스타트업포럼·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산나눔재단·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20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부대행사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 안창국 자본시장위원회 국장, 김현종 벨루가 이사, 이태희 벅시 대표.(왼쪽부터) /사진=아산나눔재단.


"사업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만이라도 알려 달라."

정부의 불명확한 규제 판단에 시달린 창업가의 호소다. 20일 서울 중국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한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이사)는 최근 주류 정기구독 사업을 중단했다. 2017년 수제맥주 온라인 판매 사업에 이은 2번째 폐업이다. 두 사례 모두 국세청이 벨루가의 주류 배송에 대해 '불법' 판단을 내린 탓이다.

김 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벨루가 사업모델에 대해 여러 차례 법률자문을 받았고, 여러 정부부처·기관들과 함께 국세청에 (주류 배송 관련)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국세청이 답변을 보류하다가 입장을 바꾸면서 벨루가는 불법이 됐고,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관기관이 손바닥 뒤집듯 규제를 하루 아침에 바꿔버리면 기업이 철저히 사업을 준비해도 의미 없다"며 "기업이 (법리적 판단을) 요구했을 때 유관기관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벨루가의 첫 폐업은 창업 몇 달 만에 주류 통신 판매 관련 고시가 '음식과 함께'에서 '음식에 부수한 형태'로 바뀐 탓이었다. 벨루가는 규제 변화에 맞춰 맥주보다 음식 비중을 높이고 의제주류판매 면허 취득, 일반음식점 임대 등 준비를 거쳐 재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국세청은 최종적으로 관련 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벨루가 재창업이 이뤄진 지 1년 8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김 이사는 "국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믿고 사업하다가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며 "창업가의 선한 의지를 믿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개편안) 논의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태희 벅시 대표는 "개편안 실무 논의에서 갈등을 없애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우려스럽다"며 "모빌리티 업체들의 수익성 계산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을 창출하자는 모빌리티 업체들의 요구에 택시 관계자들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결국 사업은 돈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다. 갈등 해소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모델 구현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토부 개편안 발표 당시 한국에서도 모빌리티 갈등이 끝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는데, 퇴색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수익성 실현이 가능한 규제 완화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스타트업 업계의 개발자 부족 현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고급 개발자 미충원율은 지난해 16%에서 2022년 77%까지 악화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애로사항 설문에서도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 부족(49%), 인건비 부담(23%), 지원자 부족(12%), 조기 퇴사(4%) 등 인재 관련 문제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취업자 입장에서 자기 경력을 쌓는 게 매우 중요한데, 스타트업은 망하면 경력이 없다"며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력 증명 체계를 구축한다면 인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잘 만들어 주면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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